러, 시리아에 크루즈 미사일·전함 지원
입력 2013-05-17 18:08 수정 2013-05-17 22:43
시리아 사태에 관한 러시아의 이중적 외교·군사 전략이 국제사회 불안을 낳고 있다. 이제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저지해 온 러시아는 최근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 회담’을 개최키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3개월 전 시리아 내 자국 해군 기지에 전함을 추가 배치하고, 초음속 대함 크루즈 미사일을 보내는 등 군사력을 확대해왔다고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 정부 시절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해외 해군 기지인 시리아의 타르투스항에 10~15대로 추정되는 전함을 보냈다. 이번 해외 배치는 냉전 이후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관리는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보다는) 자국 이익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또 이전보다 정교한 전자 탐지기를 갖추고 비행 정확도를 높인 야혼트 미사일을 지원했다. 사거리 300㎞에 달하는 야혼트 미사일은 무선 전자 교란 장치가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적의 함정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시리아 정부군이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과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보다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이후 국제사회 개입을 반대하고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비호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아사드 정권이 급속히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불행히도 반정부 세력이 승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시리아에 관한 기존 입장을 조정해왔다. 최근 러시아는 사태 해결을 위해 시리아를 포함해 국제 회담을 개최키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적 움직임과 달리 군사적으로는 다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미 관리는 러시아가 타르투스항을 확대 개발하기 위해 최근 아사드 대통령과 협상을 벌였다고 전했다. 현재 타르투스항은 러시아가 군사 기지보다는 군함 휴게소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할 만큼 규모가 작고 낙후됐다. 미국은 시리아 사태 2년간 아사드 정권의 학살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군사 개입으로 인한 손실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만난 셈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