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자유치 나선 그리스에 “EU 보호무역 막아달라”

입력 2013-05-17 18:08

“그리스는 중국에 거액의 국유자산을 사 달라고 졸랐고 중국은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달라고 주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세일즈 외교’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안도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16일 오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회담한 내용을 이렇게 전했다.

사마라스 총리는 중국 새 지도부 출범 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외국 원수다. 방문 목적은 올랑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거액의 구매 주문을 얻어내기 위한 것. 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유럽 국가들이 앞다투어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는 현상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사마라스 총리는 이에 따라 지난 15일 재계인사 60명을 이끌고 방중, 리 총리와 회담하는 외에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등에서 중국 기업이 그리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주도록 요청하는 일정을 계속했다.

사마라스 총리는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중국 자금을 유치해 경제 회생을 꾀한다는 방침 아래 아테네 공항, 피레우스 항구 등 대표적 사회기반시설도 매각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그리스는 국유자산 매각을 통해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500억 유로의 자금을 조달할 것을 약속했고 올해 말까지는 이를 통해 23억 유로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국영 세계 최대 해운사인 코스코(COSCO)는 이미 피레우스 항구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SCMP가 보도했다. 중국으로선 그리스의 사회간접자본을 확보하면 유럽진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수년 동안 500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리 총리는 사마라스 총리와 회담에서 “중국과 EU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리스가 EU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최근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수입관세 47%를 부과하기로 한 조치를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 상무부도 16일 EU가 중국산 이동통신 장비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경우 양쪽 모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무부는 EU가 이동통신 장비에 대해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사를 실시한다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중국법에 따라 합법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무역전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