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독일에서 ‘길’을 찾는 의원들 비전으로 뭉쳤다

입력 2013-05-18 03:58


정치권에 독일 연구 바람을 몰고 온 새누리당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은 회원들이 당내 계파를 초월해 공통 관심사를 함께 연구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모임이 계파 ‘보스’ 1인을 중심으로 한 정치 결사체 형식이거나 강한 지역적 연고로 형성됐다면 올해 출범한 ‘독일 모임’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모델을 모색하고 미래비전을 공유하려는 의원들 간 정책 연대 성격이 강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인 모임이라고 할 만하다.

독일 모임은 17일 현재 총 61명의 새누리당 원내외 인사가 가입해 당내 최대 조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친박(親朴·친박근혜)과 비박(非朴·비박근혜)을 아우르는 초(超)계파 형태를 띠고 있다.

출발은 비주류 중심이었다. 당초 지난 4월 비주류 의원들이 중심이 돼 출범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친박 인사들도 속속 합류했다. 우선 모임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5선) 의원부터 비주류다. 남 의원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를 맡아 당내 개혁 세력을 아우른 뒤 이 같은 성향을 이어갈 조직으로 독일 공부 모임을 기획했다. 이에 정몽준(7선)·이인제(6선)·정의화(5선)·정병국·이병석(이상 4선) 의원 등 당내 다선(多選) 의원들이 가세했다. 대부분 과거 친이(親李·친이명박) 진영에서 활동했던 의원들이다.

하지만 한때 ‘친박 좌장’이었던 김무성(5선) 의원이 최근에 가입하면서 비로소 초(超) 계파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친박, 비박의 계파 구분이 옅어지기 시작했던 것도 이때부터다. 모임에 가입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 중에선 김 의원을 포함해 이주영(4선)·정우택·최경환·황진하(이상 3선) 의원 등이 친박으로 분류된다. 초·재선급 의원들에서는 친박 인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김재원·박민식(이상 재선) 의원, 김상민·김회선·윤재옥·이현재(이상 초선) 의원 등 친박 소장파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원외 인사 3명 중에는 이혜훈 최고위원, 구상찬 상하이 총영사가 친박이다. 소장파 그룹에선 친박이 오히려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친박 성향의 초·재선 의원과 비주류 중진 의원들의 결합 조직으로 볼 수 있다.

구심점이 뚜렷하지 않음에도 계파를 초월한 거대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로부터 미래 한국의 새로운 국가 모델을 연구하자는 모임의 취지에서 보듯 정책 중심의 연대라는 새로운 조직 논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모임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정책네트워크 형태의 신(新)계파이기 때문에 ‘보스’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기존의 계파 정치와는 차별화된다”며 “경제민주화 모임에서 시작한 정책 연대가 비로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책 중심의 연대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인적 구성을 보면 정책통 의원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김현숙·민현주·이종훈·안종범(이상 초선) 의원 등 모임 구성원들은 모두 대학교수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각기 복지·여성정책·노동·조세 등 경제 각 분야에서 활동했던 전문가 출신으로 지난 총·대선 과정에선 당내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김무성 의원이 가입 이유로 ‘대한민국에 드리운 압축성장의 그늘 문제’의 해결을 언급했을 정도로 모임 분위기는 학구적이다.

경제민주화 실천모임과의 연계성도 눈에 띈다. 독일 연구 모임과 경제민주화 모임은 상당 부분 구성원이 겹친다. 두 모임에 모두 소속된 의원만 해도 홍일표·김광림·김성태·김희정·나성린·정문헌(이상 재선), 신의진·심학봉(이상 초선) 등 26명이나 된다.

지역적인 편중도 찾아보기 어렵다. 회원 의원들의 출신 지역을 보면 부산·경남(PK)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등 수도권이 15명, 경북(TK) 10명, 충청 4명, 강원 2명 순이다. 비례대표는 9명이다. 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분포와도 비슷해 지역 대표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