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편 “5·18 북한군 개입”… 시민단체들 “왜곡 방송” 비난
입력 2013-05-17 17:42 수정 2013-05-17 22:39
일부 종합편성채널(종편)이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을 보도해 거센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TV조선은 지난 13일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북한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탈북자의 주장을 방송했다. 이 탈북자는 “5·18은 북한군 1개 대대(600명)가 침투해 광주시민을 사살하고 선동한 폭동”이라며 “광주시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라 북한 게릴라”라고 주장했다. 채널A는 15일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당시 본인이 직접 광주로 남파돼 시민군에 섞여 게릴라전을 펼쳤다는 북한군 출신 탈북자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방송에는 탈북자의 이름이나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고 목소리만 흘렀다.
이에 5·18 관련 단체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극우주의자 혹은 익명의 네티즌이나 할 법한 주장을 공공재인 방송이 앞장서 보도했다는 사실은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경진 5·18부상자회장은 17일 “5·18 왜곡과 폄훼에 앞장선 언론은 자격이 없다. 정부와 국가보훈처가 방송심의제도 등을 통해 엄중하게 제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재일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언론의 자유도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라며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종편 보도에 대해 “허위 날조”라며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의원 등 야당 의원 4명은 TV조선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재 심의를 신청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5·18 당시 군부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한 듯한 주장을 이제 와서 보도하는 저의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도 종편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성토장이 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쁜 건 왜곡하는 것이다. 종편은 지금 역사의 죄를 짓고 있다”고 적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