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기자의 건강쪽지] 암예방 목적 유방절제술 꼭 필요한가

입력 2013-05-17 17:36


미국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38)가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멀쩡한 유방을 잘라내고 대신 인공보형물을 넣는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데다 ‘BRCA1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방 속에서 발견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라고 털어놨습니다.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하는 가족성(유전성) 유방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암을 피한다고 멀쩡한 유방조직을 걷어내고 인공보형물로 바꾸는 건 심하지 않나요?” 졸리 소식을 들은 제 주위 사람들은 대개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죽 불안했으면 그랬겠느냐며 동정하는 이는 아주 적었습니다. 미국인과 한국인의 정서가 그만큼 다른 것이지요. 사실 BRCA1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고 다 유방암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10명 중 2∼4명은 가족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생동안 유방암에 걸리지 않고 지냅니다.

모든 유방암 환자 및 여성에게 BRCA1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가 필요하지 않듯이 예방적 유방절제 수술도 꼭 필요한 게 아닙니다. 만약 가족력을 가진 보인자라고 하더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초기에 암을 발견, 제거할 수 있다면 유방의 원형보존은 물론 생명을 지키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