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봉하마을 찍고 광주로… 安, 독자세력화 잰걸음

입력 2013-05-17 17:19 수정 2013-05-17 22:27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영·호남을 잇따라 방문하며 독자 세력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안 의원은 17일 오전 부산 파라곤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지지모임 간담회에서 ‘안철수 정치’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2가지를 배웠다”며 “첫째 정치란 국민 삶을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로 정치 주체가 넓고 다양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 두 가지를 구현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 이후 첫 지역 일정에서 공개적으로 정치 개혁 목소리를 낸 것은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 세력화 작업 및 인재 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3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그는 여야 기성 정치권을 ‘적대적인 소수의 엘리트 정치’로 규정하면서 “공생관계인 다수의 참여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또 “왜 선택받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선택받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하는 정치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 주체에 대해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분,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공감하는 분,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분이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인재 영입의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안 의원은 “영남에 정치를 바꾸는 데 헌신할 분이 많을 것”이라며 이 지역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제가 나고 자란 부산에 오니 마음이 각별하다. 집에 온 느낌”이라고도 했다.

안 의원은 오후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면담했다. 안 의원은 면담 뒤 기자들에게 “당선되고 나서 권 여사가 가장 먼저 난을 보내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렸다”며 “요즘 갑을(甲乙) 관계가 논란인데 노 전 대통령은 이미 예전에 본인 스스로 낮은 자세로 국민과 만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셨다는 점에서 참 시대를 앞서 계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밤에는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인 광주로 이동해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전야제 행사에 참석했다. 안 의원은 정부 주관 공식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무산된 데 대해 “국가가 무리해서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전통이자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국가에서 무리하게 바꾼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광주 금남로 금남공원에서 가톨릭센터를 지나 전야제가 열린 도청 앞 특설무대까지 400여븖를 도보로 이동하며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그는 18일에는 5·18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전남·전북 지역포럼 간담회를 열어 역시 정치 개혁 필요성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적자(嫡子) 경쟁에 돌입하면서 민주당과의 대결 구도가 한층 흥미롭게 펼쳐지게 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