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써보는 ‘유서’는 어떤 느낌일까… ‘해피엔딩노트’ 만들자

입력 2013-05-17 17:16 수정 2013-05-17 20:30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가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란 슬로건을 내걸고 본격적인 웰다잉 운동에 나섰다. 하이패밀리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천국준비교실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임종의 영성을 키우는 일에 교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웰빙의 완성은 웰다잉”이라고 말하는 송길원 목사는 17일 “사람들의 관심사가 영성인 이 시대에 이제 교회에서 임종의 영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죽음이 우리에게 축복이며 죽음 준비는 곧 삶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송 목사는 죽음을 준비하며 ‘해피엔딩노트’를 써볼 것을 권했다.



일본에서는 2011년 ‘엔딩노트’라는 영화가 개봉돼 중장년층 사이에 ‘엔딩노트’ 쓰기 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엔딩노트는 죽음의 기록이 아니라 삶의 마무리를 쓰는 것으로 죽음을 담담히 바라보며 준비할 수 있게 한다. 엔딩노트는 43년간 샐러리맨으로 산 스나다씨가 69세에 위암 4기 선고를 받고 난 후 그 딸이 촬영한 작품이다. 6개월여간 스나다씨가 하고 싶은 일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찍었다. 손녀들의 하인 노릇하기, 가족과 여행 가기,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등을 실천하며 죽음에 대한 준비도 꼼꼼히 기록했다. 장례식에 큰돈 들이지 말라는 당부, 초대할 손님 명단 컴퓨터에 저장하기 등. 마지막이 가까워오자 94세 된 어머니께 먼저 가서 죄송하다는 전화를 하고 아내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 개봉돼 자신을 삶을 돌아볼 기회를 주고 사랑해라는 한마디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하이패밀리는 노인인구가 늘고 있는데도 정작 마땅히 제공할 프로그램이 없는 한국교회,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노인세대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의 하나로 해피엔딩노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죽음교육을 통해 신앙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죽음교육은 어르신들에게만이 아니라 중장년의 부부들 그리고 청소년에게까지 그 범위가 확대돼야 합니다. 교회도 노인대학의 교과과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 목사는 죽음교육을 위해 웰다잉 교육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육사 양성 프로그램에 해피엔딩노트 활용법이 포함된다. 해피엔딩노트는 믿음 소망 사랑의 세 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에는 자신의 삶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회고하며 감사일기를 쓰게 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버킷리스트, 사전의료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 사전기부의향서를 작성하며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능동적 삶의 자세를 갖게 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유언장 작성, 사랑하는 사람 적어보기 등을 하며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한다. 노트의 맨 뒷장에는 ‘메멘토모리’란 메시지와 함께 노트를 펼치는 순간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여다보는 거울종이가 부착돼 있다.



“해피엔딩노트를 작성하고 나면 작은 자서전이 됩니다. 내 생애의 소중한 존안자료이기도 합니다.”



한편 하이패밀리 가정사역평생교육원은 오는 21∼22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소망관에서 ‘웰다잉 교육사’ 자격과정을 개설한다. 웰다잉 교육사는 임종환자에 대한 의료상식, 임종 후 재산 다툼을 예방하기 위한 법률상식, 임종 심리이해 및 신체돌봄, 바디모션테라피, 해피엔딩노트 활용법, 유가족의 정서 돌봄 등의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마친 웰다잉 교육사들은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과 그 가족 곁에서 죽음을 잘 준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