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이른 만찬, 박근혜 타임?
입력 2013-05-17 18:02
박근혜 대통령은 연 이틀 외부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후 5시30분부터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직장인들은 퇴근도 안했을 이른 시간, 저녁도 아닌 늦은 오후에 만찬을 시작하는 이른바 ‘박근혜 타임’에는 배려와 효율의 코드가 담겨 있다.
지난 15일 국민일보를 비롯한 국내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 일정은 참석자들의 편의를 고려해서 이른 시각에 진행됐다. 관행적으로 오후 7시에 저녁 약속을 잡는 언론계 관행을 감안해 박 대통령과의 만찬 뒤 선약 일정에도 참석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는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 입장을 생각해 만찬이 일찍 끝나도록 계획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다만 44명의 정치부장들이 돌아가면서 질문하고 박 대통령이 상세한 답변을 하면서 당초 청와대가 의도한 취지와는 어긋나게 됐다. 만찬은 예정보다 46분이나 길어진 7시46분에 끝났다.
이날 행사는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부터 계획됐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이 갑자기 터지면서 내부적으로 연기를 검토하다 결국 행사 이틀 전 뒤늦게 통보가 됐다.
16일 중소기업인 200여명과의 만찬 시간은 박 대통령이 ‘해도 해도 일이 끝이 없다’고 표현했던 산적한 업무 일정에 맞춰서 짜여졌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했었다. ‘마라톤 회의’를 마친 뒤 휴식 시간을 가질 법도 했지만 곧바로 다음 일정을 소화하도록 계획했다. 미국을 방문한 6일 동안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면서 국내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만찬을 끝낸 박 대통령은 이어 밤늦게까지 각종 보고서 등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했다고 한다. 휴일인 17일에도 박 대통령은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쌓인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음주를 즐기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박근혜 타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로 만찬을 할 것도 아닌데 굳이 늦게 만나 늦은 시간에 귀가하거나 업무로 복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