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천재 유전자 프로젝트
입력 2013-05-17 18:23
요즘 중국 선전 소재 베이징게놈연구소(BGI)의 슈퍼컴퓨터 100여 대는 2200여 개의 DNA 표본에서 염기쌍 수백억 개를 읽어내느라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슈퍼컴퓨터가 읽어내는 표본은 모두 IQ 160 이상인 사람들로부터 추출한 것이다.
인간의 평균 IQ는 100이며, 노벨 수상자들의 평균 IQ는 145 전후이다. 전 세계 인구 대비 2% 안에 드는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 회원의 가입 자격도 IQ 148 이상이다. IQ 160 이상은 인구 3만명당 1명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대체 BGI는 그 DNA 표본들을 어떻게 모았으며, 천재들의 유전자에서 무엇을 찾는 것일까?
2200개 중 1600개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실시된 수학영재연구에 등록된 청소년들의 것이다. 그들은 수학 및 언어추론능력이 상위 1%에 속하는 슈퍼 엘리트들이다. 나머지개는 BGI가 웹사이트를 통해 선발한 영재들의 DNA다. 선발 기준은 국제 과학 및 수학올림피아드 입상자, 명문대의 수학·물리학 박사학위 취득자 등이다.
이들과 일반인들의 DNA를 비교해 천재들만이 가진 공통적인 SNP(단일유전자변이)를 찾는 것이 1차 연구목표이다. SNP는 30억개의 염기서열 중 개인의 편차를 나타내는 한 개 또는 수십 개의 염기변이를 말한다. 인간은 99.9% 유전자가 일치하지만 0.1%의 SNP 차이 때문에 생김새와 질병의 발병 유형 등이 모두 다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과거 히틀러처럼 인종의 우열을 가리는 우생학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사회적 요인 없이 유전적 요인만 추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또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유용한 데이터를 얻기는 힘들 거라고 미리 못을 박기도 한다.
지금까지 유전자의 염기서열 중 하나라도 이상이 발생할 때 생기는 발달장애 관련 유전자는 수백 개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지능의 편차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확인된 것이 없다. 이에 대해 지능의 경우 수천 개의 유전자 변이가 누적되고 그 작은 효과들이 결합돼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천재의 특성을 정신의 독창적 능력으로 본 칸트는 천재를 예술 창조의 경우에만 한정했다. 사실 지능이라는 개념은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BGI가 수집한 천재들의 표본은 학습능력 쪽으로 치우쳐 있다. 만일 BGI가 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유전자를 찾아낸다고 해도 그것이 천재의 필요충분조건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