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대체할 수 없는 ‘너’
입력 2013-05-17 17:21
결국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지 않는 사회라서, 그래서 우리는 다치고 아파하는 것 같습니다. 미셸 푸코라는 학자는 현대사회가 ‘우리 대 그들’의 대립적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했어요. 통제하고 관리하고 지배하는 ‘우리’와 통제당하고 관리당하고 지배당하는 ‘그들’! 이렇게 둘로 나뉜 사회가 현대사회라는 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갑’과 ‘을’처럼요. 계약서상에서나 등장하는 ‘갑을 관계’는 이제 일상 언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사회에서 영속하는 것은 ‘갑’입니다. ‘갑’은 ‘을’을 계속 ‘을’의 상태로 둘지 아니면 다른 ‘을’로 대체해버릴지 결정하고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그 힘을 행사하며 ‘갑’이 ‘을’을 바라보는 시선과 ‘을’을 향해 던지는 말과 ‘을’에게 하는 행동들은 자주 난폭하고 무례하고 비인간적입니다. 대체되지 않으려고 혼신을 다해, 그리고 공손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던 가여운 ‘을’들은 결국 다 쓴 치약 튜브처럼 버려집니다. 이걸 우리는 ‘고용유연성’이라고 부르죠.
오늘의 우리 세상이 이렇게 ‘쓸모’를 기준으로 하는 ‘갑을 관계’로 가득 차서, 그래서 상처 입고 아픈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기계의 부품처럼 대체되어 버린 사람들은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을, 부적절함을, 혹은 무례함을 자책하지만…. 그러나 기억하세요. 당신 탓이 아니에요. 책상은 그대로 두고 사람을 바꾸는 것을 ‘효율성’이라 부르는 현대인들의 삶의 조건이 잘못인 거죠. 그리고 꼭 마음에 새기세요. 행여 당신이 충성을 다한 조직이나 단체에서 당신의 쓸모가 다하였다고 평가되어 ‘대체’되더라도 하나님의 시선은 언제나 ‘대체할 수 없는 너’를 바라보는 유일무이의 그것이라는 것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