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위한행진곡'…합창은 OK, 제창은 NO? 말장난 보훈처의 '꼼수' 알고보면

입력 2013-05-17 15:51

[쿠키 사회-현장기자] 국가보훈처가 1980년대부터 재야단체들이 즐겨 불러온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16일 오후 공식 거부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보훈처는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노동 단체들이 집회 때마다 불러온 이 노래를 제창하는 대신 합창단 기념공연 때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는 것은 상관없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기념식 주관부처가 공연시간을 활용해 제창을 해도 된다는 애매모호한 결정을 내리자 광주지역 5월·시민단체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일제히 기념식 불참을 선언했다.

여기에 광주시도 기념공연을 맡기로 한 시립합창단에게 아예 무대에 서지 말도록 이례적 지시를 내려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제창을 불허한 것은 5·18의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을 위한…’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와 5·18 정신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결국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통합의 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번 기념식은 ‘반쪽행사’로 전락해 빛이 바랠 수밖에 없게 됐다.

보훈처가 용인한 합창과 5월 단체들이 희망하는 제창은 어쩌면 큰 차이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할지 모른다.

무대에 선 합창단이 공연할 때 따라 부르면 곧 제창이 되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5월 단체들은 보훈처가 ‘꼼수’에 고개를 내젖고 있다. 보훈처가 어중간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은 기념식 참석이 예상되는 정부 최고위층의 눈치를 살핀 결과로 보고 있다.

보훈처는 정치적 배경을 떠나 참된 민주화 정신을 되새기는 5·18기념식이 어떻게 치러져야 할지 곱씹어봐야 한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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