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보이스 클리닉’ 봉사 성우 정부용권사 “말씀은 정확히 전달해야 더 은혜롭습니다”
입력 2013-05-17 17:11
방송설교를 듣다보면 간혹 특정한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거나 일부 음절을 무시하는 소리를 만나게 된다.
‘애’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 ‘애’배로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고…. 예수 ‘그리도’께서 우리를 위해…. ‘실’만한 물가로 우리를….
이런 설교를 들으면 정부용(60·분당 갈보리교회·사진) 권사는 매우 안타깝다. 성우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1973년 CM성우 공채 2기로 MBC에 입사했지만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애로 발음하는 건 쉽게 고칠 수 있어요. 제가 고안한 단어인데 ‘마중 말’을 사용하면 조금 수월합니다. ‘예’를 말하기 전에 ‘이’를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소리를 내면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정 권사는 ‘잘 나가는’ 성우다. 그동안 800여편의 광고 녹음을 담당했다. 엘리베이터 자동 안내 음성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 1층입니다…’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사용주의 안내 방송도, 공항과 항만의 관제 시스템 안내 음성도 담당했다. 사람들은 노력의 결과라고 하지만 정 권사는 하나님의 도우심이라고 고백했다.
“천성의 목소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는 있거든요. 하나님의 말씀은 더욱 정확하게, 효과적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시각장애인 목회자 세미나 강사로 강의하다 소명을 깨달았다. 잘되지 않는 발음을 일대일로 교정해 준 뒤 환하게 웃는 목회자들의 표정을 보면서 ‘이게 내가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이스 클리닉’을 열어 어디든 가서 무료로 강의했다. 벌써 10년째다. 요즘엔 아예 자신의 집을 강의실로 활용하고 있다.
“설교는 듣는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어요. 연기(演技)하시는 목회자도 있는데 성도들은 금세 알아차립니다. 설교자들이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달한다면 좋겠습니다.”
젊은 나이에 발음을 교정 받고,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체득한다면 더 좋겠다는 정 권사는 얼마 전부터 신학생들에게 강의해야 한다는 이끌림 때문에 기도 중이다.
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