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여전히 불황터널… 무디스·美정부 잇따라 제기

입력 2013-05-16 19:02

세계 경제가 긴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는 15일(현지시간) ‘2013∼14년 글로벌 거시 전망 업데이트: 모멘텀 상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 3개월 동안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가 탄력을 잃었다”면서 “몇몇 국가들은 정상적인 성장 속도로 빠르게 진입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의 국제 경제 담당인 라엘 브레이너드 차관도 “세계 경제가 여전히 침체 상태고 취약하다”면서 “많은 선진국의 수요 침체가 세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곳은 여전히 유럽이다. 무디스는 유럽 지역이 기존 전망보다 침체의 골이 더 깊어졌고 기간도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관인 유로스타트가 이날 발표한 지난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11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1995년 유로존 GDP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장기 경기 침체를 기록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존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GDP의 30%를 차지하는 독일 역시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진 유로존 경제를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독일의 1분기 성장률은 0.1%로 당초 전망치 0.3%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지난달에 1분기 경제성장률 회복을 예상하면서 2분기에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던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이례적으로 긴 겨울 때문에 건설 활동이 감소하면서 독일의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에 이어 유로존 경제 2위국인 프랑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프랑스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 감소하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 4년 만에 다시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TX 캐피털의 투자분석가 이샤크 시디치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핵심 두 국가의 경제 지표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유로존이 경기 침체 트렌드에 갇혀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올해 최대 3%까지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미국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미국의 경우 시퀘스터(연방예산 자동 감축)가 회생 조짐을 보이던 민간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미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성장률은 2.5%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0%에 못 미치는 결과였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