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공약가계부는 새 정부 성적표… 약속 꼭 지킬 것”

입력 2013-05-16 19:03 수정 2013-05-16 00:21

대선공약 이행 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공약가계부’의 핵심은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이었다. 16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새 정부의 첫 재정전략회의에서는 세출 절감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 일환 대책에서 각종 세제 혜택을 내놓았고,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135조원의 재원 마련책은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 “공약가계부가 이 정부의 성적표”=박 대통령은 국무위원 전원과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복지확충 등 135조원의 공약이행 실천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각 부처는 공약가계부가 5년 후 이 정부의 성적표가 된다는 생각으로 확실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반드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약가계부를 경제와 재정 여건을 감안해 매년 변동시키는 연동계획(rolling plan)으로 관리키로 했다.

정부는 135조원을 증세 없이 세출 절감 위주로 마련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1순위는 SOC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24조원인 SOC 예산을 매년 14%가량 삭감해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1542개에 달하는 문화사업도 2017년까지 1000개 정도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복지 지출로 재정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중앙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정부는 지방소비세와 교부세, 교육교부금 등 지방 세수와 관련된 제도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4대 중증질환의 보장 확대와 의료비 부담 경감은 건강보험 급여 확대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민간의 자발적인 의료기부 활성화를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병행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올해 균형재정은 공수표=이날 회의에서는 135조원 재원 조달의 ‘그림자’인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도 논의됐다. 박 대통령은 “정부 전체적으로는 우선 임기 내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채무는 30% 중반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수입과 지출이 같아지는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2017년으로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12∼2106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서 2013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들어 15조8000억원의 국가 빚(국채 발행)을 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4·1 부동산 대책 등 각종 대책에서 2조원이 넘는 세금감면 혜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균형재정 달성 시기가 8개월 만에 2017년으로 4년이나 후퇴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2015년 20%대에 진입하겠다는 지난해 정부 약속도 공수표가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445조2000억원으로 GDP 대비 34.8%다.

정권교체기가 끼어 있다고 해도 채 1년도 안돼 균형재정 시기가 4년이나 늦춰지면서 중장기적으로 관리돼야 할 정부 재정정책이 조삼모사(朝三暮四)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균형재정은 매우 시급한 문제로 외부 충격으로 경제가 망가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균형재정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