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플라이 볼을 홈런 착각… 전준우 세리머니 해프닝

입력 2013-05-16 18:56

홈런 타자에게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방망이를 던지는 등 과도한 세리머니를 삼가며 상대 투수를 쳐다보지 않고 가급적 빨리 달려 홈인하는 것이다. 홈런을 맞은 투수와 상대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야구 본 고장 미국의 야구 에티켓이다.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전준우는 성급한 홈런 세리머니를 펼치다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NC와의 경기에서 전준우는 4-6으로 뒤진 9회말 1사 1루에서 상대 투수 이민호에게 좌측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홈런을 직감했음인지 전준우는 방망이를 던진 뒤 손가락으로 더그아웃의 동료들을 겨냥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1루 베이스로 뛰어갔다. 하지만 타구 역방향으로 분 바람 탓인지 전준우의 타구는 펜스 앞에서 NC 좌익수 박정준에게 잡히고 말았다. 1루에서 멈춘 전준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온 롯데 선수들도 실망한 빛이 역력했다. 해프닝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장면은 밤사이 미국 언론이 집중 조명했다.

USA투데이는 “전준우가 월드 시리즈 9회 끝내기 홈런을 친 것처럼 방망이를 던졌다”고 빈정댔고, 미국 야후스포츠는 “전준우는 영웅이 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고 비꼬았다.

미국 CBS 스포츠는 이 모습을 두고 ‘방망이 던지는 에티켓의 중요한 교훈’이라며 4가지를 들었다. ‘정말 홈런이 됐는지 확인할 것’ ‘상대 선수가 자신을 위로하게끔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 것’ ‘배트를 미리 던지는 연습을 하지 말 것’ ‘투수를 보지 말고 공을 쳐다볼 것’ 등이 그것이다.

미국 언론의 이 같은 지적은 양국간의 문화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타자들은 홈런을 치면 홈런 타구를 오랫동안 지켜보거나 기쁜 나머지 두 팔을 치켜 올리며 베이스를 천천히 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수와 국내 타자간의 갈등이 그라운드에서 종종 표출되곤 한다. 2011년 트레비스와 양의지, 2012년 프록터와 나지완이 홈런 세리머니를 두고 언쟁을 펼친 것이 그 예다. ‘전준우 해프닝’은 홈런을 맞은 상대에 대한 배려나 동업자 의식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음 싶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