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금융 지배구조 문제 ‘도마’

입력 2013-05-16 18:39 수정 2013-05-16 22:24


신동규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의 사의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 전문성이 없는 중앙회가 사실상 ‘옥상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회장은 전날 “사사건건 중앙회장과 충돌이 빚어졌다”고 밝힌 데 이어 16일에도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농협이 신용과 경제 부문을 분리했지만 중앙회의 지배를 받는 구조는 그대로여서 금융그룹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그룹 위에 중앙회가 군림하는 ‘옥상옥’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협은 중앙회 밑에 ‘경제지주’와 ‘금융지주’가 있는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된다. 농협유통, 남해화학, NH무역 등을 자회사로 지닌 경제지주는 농협의 유통·판매사업을 도맡는다.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등을 소유한 금융지주는 금융사로서의 역할을 맡았다. 두 지주사의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앙회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 자체가 기형적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사는 계열사의 정점에서 주체적으로 일을 지휘한다. 하지만 농협은 지주사 위에 중앙회가 있어 지주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지주사가 일을 하고 싶어도 중앙회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는 구조다.

신 회장 역시 이런 구조에 대한 불만이 컸다. 신 회장은 “(중앙회가) 법에 따라 지주사는 물론 은행과 보험사까지 지도·감독하려 하니 경영 간섭에 준하는 상황이었다. 사사건건 충돌이 생겼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기에 농협금융이 ‘농협’ 이름을 쓰는 대가로 내는 명칭사용료도 신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농협 명칭사용료로 4351억원을 지불했다. 올해에는 4692억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농협금융이 낸 흑자 규모 3500억원보다 큰 규모다.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명칭사용료라는 희한한 것이 있다”며 “차라리 배당을 주면 대외 신인도도 좋아질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농협금융의 잇따른 전산사고도 이러 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농협금융의 전산망 관리·감독은 중앙회에서 모두 책임지고 있다.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사고가 나더라도 중앙회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