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남자, 결혼도 힘드네

입력 2013-05-16 18:39

사랑하기 때문에 직장이 없어도 결혼하는 ‘로맨틱 커플’이 줄어들고 있다. 경기침체에 늘어나는 ‘백수’는 이제 갈수록 결혼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남성 가운데 ‘무직·가사·학생’은 1만8731명에 불과했다. 2007년에는 2만4070명에 이르렀지만 이후 해마다 줄어들었다.

직장을 잡기 전에 결혼하는 남성이 전체 결혼 건수에서 차지한 비중도 2008년 6.8%에서 지난해 5.7%로 하락했다. 국가통계포털이 직업별 혼인 자료를 공개한 200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일보다 사랑을 택하는 여성도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무직·가사·학생’ 상태로 결혼한 여성은 12만8426명으로 2011년보다 8.6%(1만2025명) 줄어들었다.

신부 가운데 ‘무직·가사·학생’의 수가 가장 많았던 2007년(17만2131명)에 비하면 4만3705명이나 줄어든 결과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과거에 결혼을 일찍 할 때는 취업준비생이라도 서로 미래를 보고 결혼할 수 있었지만,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만혼 풍조가 무직·가사·학생 상태로 결혼하는 비율을 낮추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25∼29세 여성 고용률은 2000년 53.7%에서 지난해 68.0%로 상승했고, 30∼39세 여성의 고용률도 52.5%에서 54.5%로 높아졌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1세, 여성 29.4세로 전년보다 남자는 0.2세, 여자는 0.3세 결혼이 늦어졌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