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악몽’ 또 슬금슬금
입력 2013-05-16 18:39
금융감독원은 유니온저축은행이 2009년 2월부터 전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A씨에게 25억4000만원을 불법으로 빌려준 사실을 최근 적발했다. 상호저축은행은 대주주나 임직원에게 신용공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빌려준 자금의 규모는 당시 자기자본의 26%에 해당했다.
유니온저축은행은 2008년부터 2009년 말까지 거래처 2곳에 자기자본의 25%(39억원)로 규정된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를 초과해 총 55억7000만원을 무리하게 빌려주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중 대부분 금액이 돌려받을 수 없는 부실채권이 됐다는 것이다
이 저축은행은 이들 2개 거래처 등 총 52개 거래처에 내준 대출이 부실에 빠졌지만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듯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았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조작했다. 지난해 3월 말 결산 시 실제 BIS 비율은 자본잠식 상태인 -1.51%였지만, 예금자들에게는 4.32%라고 공시했다. 금융당국은 16일 유니온저축은행에 기관경고와 함께 3억3400만원의 과징금 조치를 내렸다.
그동안 잠잠했던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에게 불법으로 거액을 빌려주는 뿌리 깊은 관행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저축은행들은 BIS 비율을 뻥튀기해 부실을 눈가림하는 데만 급급하다.
세종저축은행도 당기순이익과 BIS 비율을 조작했다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과징금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3월 말 결산 시 대출금 421억2300만원의 건전성을 부당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106억8400만원 적게 적립한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 저축은행은 수익증권 손상차손, 비업무용부동산 손실 등을 일부러 무시하면서 당기순이익을 140억4900만원이나 부풀렸다. 그러면서 실제(-1.27%)보다 훨씬 큰 7.13%로 BIS 비율을 공시했다. 대주주를 고문으로 앉히고 주 1회 보고서 서명만 하게 하며 급여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금감원은 올해 검사·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금감원이 제재를 결정한 저축은행은 23곳, 과징금은 4억375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제재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10곳이었다. 전체 금융권 대비 저축은행의 제재 건수 비중도 올해에는 21.7%로 지난해(14.9%)보다 높다.
부실 우려에 따라 대손충당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손실은 급증한 상태다. 업계 1위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3월 말까지 3765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저축은행(-577억원), 푸른저축은행(-116억원), 동부저축은행(-77억원) 등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