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부메랑 맞는 하시모토… 日 안팎서 비난 목소리
입력 2013-05-16 18:22 수정 2013-05-16 22:02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이어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망언이 이어지면서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6일 ‘하시모토 시장, 이것이 정치인의 발언인가’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억지 주장이 통용될 리 없다”고 일축했다. 사설은 일본이 비판받는 이유가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 담화를 어떤 식으로든 재검토하려는 정치인들의 언동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많은 여성들의 존엄성이 짓밟힌 사실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볼 때 부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여성계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사카 시청 앞에는 시장의 망언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15일에는 여성단체 관계자 12명이 시청을 방문해 발언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며 항의문을 제출했다.
정치권에서도 망언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다함께당 대표는 15일 하시모토가 공동대표를 맡은 일본유신회와의 선거 공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와타나베 대표는 “전시 체제를 찬미하는 정치 세력과는 선을 긋겠다”고 강조하며 개혁적 성향에 기대를 걸었던 하시모토가 극우 성향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공동대표와 “역사 인식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민주당도 비난 여론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개헌 세력의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정치적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하원의원들도 하시모토의 망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일본계 3세인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하시모토의 발언은) 경멸받을 만큼 혐오스럽다”면서 “그의 관점은 역사와 인류애에 대한 모독이며 성적 폭력에 강압적으로 시달렸던 젊은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 의원도 “하시모토 시장이 내뱉은 말이 그저 역겨울 따름”이라며 “잔학 행위에 대해 공직자의 혐오스러운 해명이 아니라 진정성 있고 공식적인 사과와 시인을 받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두 의원을 주축으로 미국 하원은 2007년에 이어 ‘제2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16일 하시모토의 발언에 대해 “여성 존엄을 모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범죄를 옹호하는 상식 이하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시모토는 16일 한 민방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성할 점이 있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후폭풍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