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委 보고서 모순땐 추가로 증거조사 거쳐야”
입력 2013-05-16 18:17 수정 2013-05-16 22:23
6·25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 유신시대 각종 인권침해 사건 등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방법 및 규모 등과 관련, 대법원이 국가배상 소송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향후 과거사 배상 관련 하급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6·25 당시 발생한 ‘진도 국민보도연맹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 조사 내용만을 믿고 국가에 의한 희생자라고 단정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가 유력한 증거자료인 것은 틀림없지만 보고서 판단에 모순이 있거나 진술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 과거사위 결정과 상관없이 별도의 증거조사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사위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신빙성 여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판결하던 하급심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은 과거사 국가배상 소송의 4가지 심리·판단 기준도 내놨다. 우선 배상 청구 자격은 과거사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피해자·유족만 가능하다. 배상 청구 시효는 과거사위 결정을 받은 날부터 3년 이내로 제한했다. 또 국가배상 인정 여부는 과거사위 결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위자료 산정은 피해자들 간 형평성, 희생자·유족의 숫자 등을 고려해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과거사 관련 소송의 통일적 기준이 정립되고, 위자료 산정에 대한 법원별 편차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출범한 과거사위는 2010년 말 활동을 마쳤다. 이후 당시 결정·처분을 근거로 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이 줄을 이으면서 국가가 물어야 할 금액도 크게 늘고 있다. 2010년 187억원이던 국가 배상금은 2011년 800억원, 지난해 1334억원으로 2년 새 7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84억원이 집행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