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 물품반출 의사 밝혔었다… 정부, 은폐·묵살 의혹
입력 2013-05-16 18:17 수정 2013-05-16 22:07
북한이 지난 3일 개성공단에서 남측 잔류 인원이 마지막으로 귀환할 때 우리 측에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과 기업인 방북을 허용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지금껏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은폐’ 또는 ‘묵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실무회담 제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열흘 넘게 북측 제의를 사실상 방치한 꼴이 됐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미수금 전달을 위해 방북한 우리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북측이 미수금 정산을 위한 입주기업들의 방북, 그리고 전력과 용수 등 시설 관리를 위한 인원의 방북은 허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북측이 날짜까지 제시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앞서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은 1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 3일 개성공단의 정상 유지관리를 위한 관계자의 출입과 입주기업가들의 방문 및 물자 반출을 허용해줄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와 관련한 날짜까지 제시해줬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도 팩스를 보내 제의 내용을 재차 알리며 우리 측의 대화 제의는 술수라고 거듭 비난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이 3일 북측 근로자 3월분 임금 지급 등에 관한 실무협의를 마친 뒤 귀환하고 곧바로 김호년 관리위 부위원장이 북측에 줄 1300만 달러를 실은 현금수송차와 함께 개성공단으로 올라갔다. 이때 북측 박철수 지도총국 부국장이 김 부위원장에게 시설 관리와 원·부자재 반출을 위한 남측 인원의 방북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직접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북측이 완제품 등을 돌려주지 않아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더 크다”며 내각에 실무회담 제의를 지시했다. 일각에서 박 대통령에게 북측 제의 내용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런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정부가 중요한 사안을 숨겼다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북측 제안이 가동중단 책임을 우리 측에 넘기기 위한 술책이라고 판단해 공개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통신도 안 되는 상황에서 협의 권한이 없는 우리 당국자에게 불쑥 이런 얘기를 했다”며 “우리는 군·판문점선 등 기존 통신을 통해 권한 있는 사람에게 얘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