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1번이야 4번이야?… 마이애미戰서 8·9호 멀티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입력 2013-05-16 18:10


추신수(31·신시내티)는 ‘4번 같은 1번 타자’로 불린다. 메이저리그에서 전형적인 톱타자는 단타를 날리고 볼넷을 자주 얻어 출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과감한 도루로 끊임없이 찬스를 만드는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역대 빅리그 최고의 1번 타자로는 리키 헨더슨(은퇴)이 첫 손에 꼽힌다. 25년 통산 타율 0.279, 출루율 0.401을 남긴 헨더슨은 오클랜드에서 뛰던 1982년 130개를 필두로 한 시즌 100도루 이상을 세 차례나 달성한 대도(大盜)였다. 타격의 정확성과 빠른 발이라면 일본인 타격 기계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도 헨더슨 못지않다.

하지만 추신수는 이런 통념을 거스른다. 단타는 물론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앞세운 불방망이로 새로운 ‘장타형 톱타자’ 모델을 창조하고 있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추신수는 이날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4대 0 승리를 주도했다. 8일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 포함, 두 방의 홈런을 터뜨리고 더스티 베이커 감독에게 잊지 못할 통산 1600승째를 선사한 이래 8일 만에 나온 시즌 두 번째이자 통산 아홉 번째 멀티 홈런(한 경기 2개 이상)이다. 개인 최다인 한 경기 네 개의 안타를 때린 것도 이날이 일곱 번째다.

통념을 깨는 역대 최강급 톱타자로 평가받고 있는 추신수는 전체 30개 구단 1번 타자 중 홈런, 장타율, 출루율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그럼 추신수의 이런 파워 비결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추신수의 손목 힘은 타고났다. 절친 이대호(오릭스)는 “손목이 워낙 좋아 어릴 때 나보다 비거리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말한 적이 있다. 추신수는 “아버지께서 나를 운동선수로 키우시려고 어릴 적부터 손목 운동을 많이 시키셨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패스트볼에도 대응할 수 있는 빠른 배트 스피드도 비결 중 하나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돌아가는 레코드판의 바늘을 보면서 타격 연습을 했던 것처럼 추신수도 목표에 집중하고 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몸 관리도 철두철미하다. 추신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몸무게를 89㎏에서 93kg으로 늘렸다. 늘어난 것은 체중만이 아니라 근력도 100% 향상시켰다.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다.

타격 자세도 최적화했다. 다리의 폭을 좁히고 오른발을 포수 쪽으로 살짝 당겼다가 다시 앞으로 내딛는 타격폼(체중을 실어 장타 양산)을 만들었다. 추신수는 또 맞는 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성을 갖추고 있다. 베이커 감독은 “공에 맞으면 자신의 껍질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거북이와 같다고 생각했다”는 농담으로 추신수의 투혼을 높이 사기도 했다. 또 내년에 최고 1억 달러라는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추신수의 방망이를 매섭게 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