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정부경] 남의 티눈 들추고 내눈 들보 감추는 감사원
입력 2013-05-16 18:10 수정 2013-05-16 22:08
감사원의 비밀주의가 도를 넘었다. 툭하면 “우리 기관은 예외가 필요하다”며 국민의 기본적인 알 권리조차 무시하고 있다.
한 달 전 기자는 감사원의 지난해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사용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앞서 감사원은 특경비를 쓰는 12개 기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특경비를 쌈짓돈처럼 쓴 사실이 드러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낙마하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경비를 쓰는 기관 중에는 감사원도 들어있었다. 다른 기관들의 특경비 내역을 감사할 기관인 감사원은 특경비를 어떻게 썼을까 기자는 궁금했다. 감사원은 취재를 거부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식 절차를 밟아 청구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감사원은 “특경비 내역을 공개하면 감사원 직원들의 활동이 노출돼 업무 수행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를 댔다. 남의 지출 내역은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명세서는 감추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은 “소속 직원들의 외부 강의 내역을 공개해 달라”는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청구에 대해서도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었다.
얼핏 들으면 감사원 직원들의 외부 강의가 감사원 업무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감사원 공무원들의 외부 강의는 주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실제 2011년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간부가 시간당 100만원에 달하는 강의료를 받고 외부 강의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최근 또 감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감사원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MBC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감사위원들의 합의 과정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비밀주의의 결정판이다.
관가에서 감사원은 ‘모든 공무원의 갑(甲)’으로 불린다. 감사원 직원들은 “감사원이 갑 행세를 한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한다. 공공기관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감사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나친 조직 보호와 비밀주의는 남의 티눈만 크게 보고 내 눈의 들보는 외면하거나 감추겠다는 오만으로 비친다. 그런 오만은 감사원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경 정책기획부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