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세종시 女공무원 “연애 좀 할 수 있게…”

입력 2013-05-16 18:10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재부 여성 사무관·주무관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여건이 열악한 세종시에 내려와 꿋꿋이 자기 몫을 해내는 여성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현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민원’을 받았다. ‘솔로’로 지내는 여성 공무원들이 앞으로 과장들을 평가할 때는 부하 직원의 연애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항목으로 넣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세종시로 내려와 근무하다 보니 자취생활의 어려움과 함께 연애에 제약이 많아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뼈 있는’ 농담이었다.

실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남성에 비해 훨씬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16일 “남자들은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데 비해 여성 공무원들은 남들 눈도 있고 해서 그러기가 쉽지 않다”며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로 이주하는 문제 때문에 다투다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진 사례도 있다.

여기에 새 정부 들어 각종 정부 대책이 쏟아지다 보니 여성 사무관들도 야근에서 예외일 수 없다. 기재부 한 과장은 “여성 사무관이 야근하다 갑자기 잠드는 바람에 깨워서 집에 보낸 적이 있다”며 “격무에 시달려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여성 사기진작책으로 곧바로 화답했다. 기재부는 전날 발표한 과장급 인사에서 장문선 재무회계팀장을 예산관리과장으로 임명했다. 예산실 최초의 여성 과장이다.

현 부총리는 평소에도 여성 일자리 등 여성의 지위 향상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어버이날 기념으로 여성가족부에 보낸 기고문에서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늙어가는 거시경제에 제동을 거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향후 우리 경제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여성을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 과장 96명 가운데 여성은 장 과장을 포함해 고작 3명뿐이다. 기재부의 여성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현 부총리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