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비자금’ 56억 훔친 친구 검거
입력 2013-05-16 18:08 수정 2013-05-16 22:19
밀항 직전 검거돼 구속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자금 56억원을 훔쳐 도피했던 김씨의 친구가 13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얼굴 성형 등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16일 김 전 회장의 친구 김모(57)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김씨의 내연녀 조선족 송모(45)씨도 범인도피 혐의로 조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전 2시쯤 아산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에 주차해 둔 미래저축은행 소유 SUV 외제 차량 뒷유리를 부수고 보관 중인 현금 56억원을 훔쳐 달아났다. 건재고택은 김 전 회장의 별장으로 알려졌고, 김씨는 김 전 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최측근으로서 건재고택 관리인 일을 하고 있었다.
현금은 5만원권 지폐 다발이 종이로 묶인 채 A4용지 박스 10개에 들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돈은 김 전 회장이 따로 빼돌려 놓은 비자금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성남시 분당에 오피스텔 2채를 월세로 얻어 한 채를 내연녀와의 살림집으로, 다른 한 채를 현금 보관용으로 사용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김씨가 쓰고 남긴 현금 31억원을 압수했다.
김씨는 훔친 돈을 자신이 한때 근무했던 경남 거창군 한 돌산 중턱에 묻어뒀다가 6개월 만에 꺼내와 분당 오피스텔로 옮겼다. 돌산에서 가져올 당시 돈이 물에 젖어 이를 100여개의 그물망에 담아 보관해 왔다. 거창 돌산은 김 전 회장이 운영하던 곳으로 김씨는 이곳 관리인으로도 일했었다.
김씨는 전국 호텔을 전전했고 춘천에도 오피스텔 한 채를 월세로 얻어 성남과 춘천을 오가며 도피생활을 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여러 차례 맞았고 머리를 파마해 인상착의를 바꿨다.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택시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등 치밀한 도피행각을 벌였다.
아산=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