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윤창중 꼴날라… 정·관가 음주 주의보

입력 2013-05-16 18:06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정치권과 청와대 등 행정부에 ‘음주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 사건이 발생한 이유가 그릇된 ‘갑(甲)의 문화’와 함께 정치인들의 과도한 음주 경향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15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사건 사고에는 술이 연루된 경우가 많고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윤창중 사건’도 술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급기야 여당 중진 의원이 16일 청와대에 금주령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윤 전 대변인 사건과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 공직자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금주선언 등과 같은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의도 정치권부터도 술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통상 저녁에 지역구 모임이나 상가(喪家)를 자주 다니기 때문에 거의 빼놓지 않고 술을 마시게 되고, 점심시간에도 반주(飯酒)를 곁들이는 경우가 잦다. 특히 맥주와 소주를 혼합해 빨리 취하는 이른바 ‘폭탄주’를 마시는 문화가 확산돼 있어 실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전에 국회의원들이 일으킨 ‘성희롱’ 사건들 대부분이 술자리에서 일어났었다. 때문에 한 초선 의원은 “요즘 술자리에 갈 때마다 술 조심하자는 말들을 많이 한다”며 “이심전심으로 절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보좌관도 “근래 들어 의원 일정을 짤 때 가급적 저녁 자리는 피하는 분위기”라며 “술을 해도 1차에서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술도 폭탄주보다는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추세다. 배가 불러 많이 마시기도 어려운 막걸리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고, 도수를 더 낮추기 위해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막사’를 즐기기도 한다.

손병호 유동근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