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사라지는 ‘소년소녀가장’… 금품 지원보다 돌봐줄 가정 찾아준다
입력 2013-05-16 18:07 수정 2013-05-16 22:19
부모 없이 방치된 저소득층 아이들을 도와온 ‘소년소녀가정’이 30년 만에 사라진다. 한때 ‘소년소녀가장’으로 불리던 이 제도는 보호자가 필요한 아동에게 돌볼 어른을 지정하는 대신 지원금을 주고 ‘가장’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아동복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소년소녀가정 추가 지정을 최소화하고 3년 후에는 아예 제도를 없애는 방향으로 ‘아동분야 사업안내 지침’을 개정한다고 16일 밝혔다. 1984년 도입된 소년소녀가정제는 부모가 죽거나 아파서, 혹은 학대 때문에 혼자 사는 아이들에게 기초생활보장 수급권 이외에 월 12만원의 지원금과 각종 민간후원사업을 제공해 왔다. 1997년에는 수혜아동이 1만6500명을 넘어설 만큼 핵심적인 아동보호망으로 역할을 해왔지만 지난해에는 대상이 796명까지 줄어들었다. 유엔이 1996년 폐지를 권고한 뒤 신규 지정이 지난해 117명까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는 고교생 이상 자녀가 혼자 남게 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소년소녀가정 신규 지정을 허가하기로 했다. 일정 나이 이상 청소년의 경우에는 새 가정을 찾더라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지역사회에 후견인을 지정해 보호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아동은 올해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 등으로 터전을 옮기게 된다.
복지부가 이날 오후 개최한 ‘보호대상아동의 가정보호 강화방안’ 세미나에서는 소년소녀가정의 실태도 공개됐다.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 사는 경우는 전체의 40%, 부모·조부모·친인척 등 성인 동거인과 함께 사는 비율은 60%였다. 평균 연령은 15.2세였다. 보호자 없이 사는 아동 중에는 보조금만으로는 안전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초등학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년소녀가정과 위탁가정 아이를 비교한 결과 위탁가정 아이들이 비행비율과 우울성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승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은 돈을 줄 게 아니라 돌봐줄 사람을 찾아줘야 한다”며 “조부모 혹은 친인척 위탁가정을 확대하고 양육이 어려운 부모인 경우 소년소녀가정이 아니라 위기가정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소년소녀가정에는 각종 민간단체의 지원도 잇따랐다. 본보는 창간 직후부터 ‘소년소녀가장돕기’ 캠페인을 벌여왔으며 1994년부터는 어린이재단과 함께 공동으로 체계적인 지원에 나섰다. 본보는 어린이재단을 통해 총 36억여원의 모금액을 전달했으며, 한해 평균 400명, 총 7900명의 아동을 후원해 왔다. 선정된 아동은 1인당 월 3만∼10만원의 생계지원금을 지원받았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