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5.18 33주년 기념식은 국론분열 행사로? 침묵시위,100만명 서명운동 돌입

입력 2013-05-16 17:16

‘국민대통합’의 출발선이 돼야 할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이 5월 단체들이 불참하는 ‘반쪽 행사’로 치러지게 됐다. 그동안 특정 민중가요 제창을 반대해온 국가보훈처가 광주지역 5월 단체 등과 소모적 논쟁을 매듭짓지 못해 신성한 국가기념일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광주진보연대 등 시민단체와 5월 단체는 16일 오전 광주 운정동 국립 5·18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과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무기한 천막농성과 함께 18일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2003년부터 5·18 기념식을 정부 공식행사로 주관해온 보훈처가 ‘임을 위한…’ 제창을 묵살한 데 대한 반발이다. 이들은 “보훈처에 15일 정오까지 제창 여부에 대해 최종 통보해 달라고 했으나 답변이 없었다”며 “5·18 기념곡 지정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처는 민중가요 제창이 정부 고위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공식 기념식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5월 단체들의 제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시민·사회단체 등 310개 기관·단체로 결성된 ‘5·18 공식 기념곡 추진대책위’도 이날 성명을 내 30년 넘도록 민간 또는 정부의 5·18 공식행사에서 불러온 ‘임을 위한…’의 공식 기념곡 지정과 기념식 때 제창을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결단이 없는 한 올해 5·18기념식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5월 단체들이 불참하는 파행을 겪게 됐다. 5월 단체들은 당시에도 보훈처가 ‘임을 위한…’ 제창을 식순에서 배제하자 기념식 참석을 거부하고 국립묘지 옆 5·18 옛 묘역에서 따로 기념식을 가졌었다.

1980년대부터 대학가 집회 등에서 단골로 불려온 ‘임을 위한…’은 1982년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씨의 시 ‘묏비나리’를 개작해 가사를 만들고 김종률씨가 곡을 붙인 민중가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 올 기념식은 당초 3부 요인 등 정부 핵심인사와 여·야 정치권은 물론 김범일 대구시장 등이 참석한다는 점에서 국민통합의 한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5월 단체 관계자는 “5·18기념식이 국민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게 된 것 같아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