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아큐정전…’ 소설로 中 역사 읽는다

입력 2013-05-16 17:33


소설로 읽는 중국사 1·2/조관희/돌베개

중국 명나라 때의 장편소설 ‘금병매(金甁梅)’. 음란서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이 소설이 금서가 된 건 청나라에 와서다. 명대에서는 금서 반열에 오른 적이 없다. 그만큼 그 시대 분위기가 퇴폐적이었던 것이다.

명나라 중기 이후 정국이 불안한 가운데 통치계급은 부패했다. 명나라 황제 가정제와 만력제는 여염집 아낙까지 손댔다. 이는 민간에도 전염돼 일반 여염집까지 음란한 풍속이 만연했다. 사회풍조가 이렇게 된 데는 철학사상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 명대에 들어서자, ‘인간의 욕망을 제거하고 하늘의 도리를 지킨다’는 송대 성리학의 영향에서 벗어나 인간의 가치를 강조하고, 감정과 욕구를 긍정하자는 취지의 이른바 양명학 좌파 세력이 등장했던 것이다.

소설은 시대의 초상화다. 이 책은 중국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25편의 중국 소설 작품을 일별하면서 그 배경이 된 중국 역사를 공부한다.

‘열국지’를 통해 동주시대에서 춘추전국시대를, ‘수호전’을 통해 송나라를, ‘홍루몽’을 통해 청나라를 이야기한다. 1권에 근대 이전을, 2권에 근현대를 다뤘다. 2권에서는 ‘아큐정전’을 통해 신해혁명 이후의 사회를, ‘부용진’을 통해 1960년대 문화혁명을 말한다. 가장 가까이는 폐도(廢都)를 통해 1990년대 인문정신의 논쟁까지를 다룬다. 그래서 한 편 한 편의 소설을 읽듯 시대 순으로 짜인 글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고대의 춘추전국 시대부터 1990년대의 중국까지 오게 된다.

중국 문학 연구자인 저자 조관희씨는 “소설은 당대의 사회 현실을 충실하게 묘사한 하나의 ‘기록’이면서 이를 통해 그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를 읽어내는 텍스트”라고 강조한다.

명나라 때 쓰이긴 했지만 당나라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서유기’를 텍스트로 해서 당나라의 개방성을 읽어낼 수 있다. 소설에는 손오공으로 대표되는 도교가 있고, 우리에게는 삼장법사로 잘 알려진 현장으로 대표되는 불교가 있다. 이렇게 여러 종교의 혼재는 당시에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당나라 수도 장안은 세계 각국의 문화가 흘러들어오는 국제도시로, 온갖 종교가 혼재했다. 유교, 불교는 물론이고 경교(景敎)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기독교의 일파가 유입돼 일시 번영하기도 했다.

중국인의 역사에 대한 유별난 편향은 소설을 통한 역사 읽기 작업을 돕는 요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국인은 오랜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새 왕조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전 왕조의 역사에 대한 서술이었다. 역사와 문학을 결합한 사전(史傳)문학, 즉 역사를 전하는 문학이 발달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중국 소설들도 중국 역사를 소재로 한 사전문학이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