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 몰라”
입력 2013-05-15 22:48 수정 2013-05-16 03:07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가진 국민일보를 비롯한 중앙언론사 정치부장 초청 만찬간담회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며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창중 파문과 공직기강
박 대통령은 “정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윤 전 대변인 사건을 설명했다. 이 말은 박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데뷔하기 전인 1993년 11월 발간한 ‘내가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이라는 제목의 저서 첫 대목에 언급됐다.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믿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암살된 일을 회상하며 한 것이다. 바로 이 말로 자신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청와대 대변인 등으로 ‘1호 인사’로 임명한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배신감을 표현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성추행에 연루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라며 “철저히 검증하고 제도를 보완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언제 또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다양한 분야에서 새 인물이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더 철저하게 노력하고 시스템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곱씹으며 “인사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인사검증을) 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 수사 의뢰를 했고 가능한 한 빨리 답이 왔으면 좋겠다. 이 결과를 봐가지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면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피해여성이 미국에 있어 아무래도 한국 경찰이 우리 사법단계에서 조사하기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미국 수사를) 기다리는 것이고 또 괜히 누가 그르니 누가 옳으니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 거기(미국)에서 공정하게 빨리 (수사)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청와대는 물론이고 공무원 전체가 더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미동맹과 방미 성과
박 대통령은 지난 5~10일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성과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특유의 ‘디테일’한 해설을 했다. 우선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참 우리 국민이 대단하다. 그 60년 짧은 기간 동안 이런 정도 나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해낸 국민의 저력, 세계 곳곳에 정말 안 간 데가 없이 가서 전부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국민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지만 그래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일어섰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제는 우리가 지구촌 인류의 삶의 질을 위해 뭔가 기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던 소회를 밝히면서 “참전용사 의원들을 소개할 때 거의 하나가 된 느낌이더라. 참 감동적이었다. 진실성,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한·미동맹의 의의를 깊이 생각하는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그래서 그런지 미국을 떠나는 날 상원에서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결의안, 한·미동맹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원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됐다. 하원도 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방미 과정에서) 그동안의 한·미동맹과 관련된 성과는 이런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원자력협정 논의에 대해선 “원전이 하나도 없던 시절 맺었던 협정인데 지금은 우리가 세계 5위 원전국이 됐다. 상황이 많이 달라져 국민들도 이 부분은 바뀌어야 된다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말했다”면서 “미국과 윈윈 하는 방법으로 개정되도록 하자고 얘기하니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게 됐다”고 회담 뒷얘기도 들려줬다.
개성공단과 남북관계
박 대통령은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는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기업들이 합의를 믿고 들어간 건데 어떤 경우에도 그 약속은 지켰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핵이 북한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서 주민 삶의 질을 높여갈 때 북한이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완제품과 원자재에 대해서도 북한이 이를 쥐고 있으면서 못 주겠다고 하면 점점 더 북한은 코너에 몰리는 것”이라며 “세계가 볼 때 그렇게 해서 북한이 철수를 하고 완제품도 안 준다고 하게 되면 ‘그 나라는 투자를 하기도 그렇고 뭘 같이하기도 어려운 나라’라고 보인다. 이 부분은 신사적으로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모든 선이 다 끊어졌는데 우리가 끊은 게 아니라 북한이 끊어버렸다”면서 “우리는 대화도 제의하고 계속 노력해 나가는데 이렇게 개성공단도 그렇고 틀어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같이 노력해보자는 차원에서 DMZ 평화공원도 제의하고 동북아평화협력 구상도 밝혔다”며 “정치적인 것부터 들어가면 갈등이 생기니까 기후변화 문제 등을 공동대응하면서 하나하나 협의를 이뤄나가서 신뢰가 생기면 큰 틀의 합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번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도 중국이 적극 동참했고 이행하는 부분에서도 중국이 변화됐다는 보고가 있다”며 평가했다.
엔저와 일본의 우경화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겪었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우경화와 ‘엔저 캐리’ 정책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과 함께 향후 대책을 내놨다. 우선 엔저 캐리에는 “상당히 우리 경제가 이로 인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양적완화라든가 국제사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대응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이번에 추경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금리도 다행히 내리고 해서 대비를 한 노력도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사실 일본과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여러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중요한 나라가 틀림없는데 자꾸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들쑤셔서 우리 국민을 자극하고 중국도 마음이 상하고 있다”고 일본의 우경화 정책을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그래서 제가 공개적으로 (역사 왜곡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인식을 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미국도 사실은 걱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