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연설 조언 부탁에… 오바마, Be natural 한마디”

입력 2013-05-15 22:19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중앙언론사 정치부장 44명과 만찬을 함께하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고충, 공개되지 않았던 방미 기간 에피소드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박 대통령이 속 깊은 얘기까지 꺼내면서 만찬이 예정된 시간보다 46분 길어진 2시간16분 동안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는 일과 이후에 뭘 하느냐 하는 것을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며 “‘어떻게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 방미를 준비하면서 시간에 쫓기면서도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을 전했다. 그는 “워낙 준비할 것도 많고 시간이 없어서 발음 그런 것 준비를 많이 못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그 내용에 상당히 정성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을 걸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연설을 참 잘하시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미 의회 가서 연설을 하는데 잘할 수 있는 팁(tip·조언)이 있으면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생각을 하다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Be natural(자연스럽게 하라). 또 연단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불편하니까 자기 키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또 로스앤젤레스에서 창조경제 리더들과의 간담회를 소개하면서 “영화 ‘쿵푸팬더2’를 보셨나. 저는 재미나게 봤는데 그걸 감독한 분이 한국계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창조적인 국민, 젊은이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멍석을 잘 깔아야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창조경제론을 피력하면서는 “창조경제가 3대 미스터리라는데 미스터리가 풀리고 공감대가 이뤄져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3대 미스터리’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 3가지 중 하나를 창조경제로 꼽는 시중의 농담이다.

튼튼한 안보관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은 “로마시대 격언에 ‘그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다”며 “평화를 위해 전쟁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기업의 투자 유치 성과를 설명하면서는 “(외국인들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귀국했으니까 전쟁이 안 나겠구나’라고 하는데 누구보다도 기업인의 행동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했을 때는 “우리 애국가가 먼저 연주되고 이어서 미국 국가가 연주됐는데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굉장히 제가 아주 특별하게 들었고 감동이 굉장히 컸다”고 소회를 떠올렸다. 그는 정치권과의 소통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항상 채널을 열어놓고 의견을 교환하도록 힘써 나가겠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