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재삼] 미래 식량부족, 곤충에서 답 찾자

입력 2013-05-15 19:16


곤충은 전 세계적으로 130만종이 서식하며 전체 생물군의 70% 이상 차지할 정도로 다양성 면에서 지상 최대이다. 그러나 일부 곤충만 자원으로 개발되었을 뿐 대부분 미개발자원으로 남아 있다. 2008년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개최한 워크숍의 주제를 ‘식량으로서 곤충: 이제는 인간이 깨물 차례’로 정했다. 빈센트 홀트가 주장했던 식용 곤충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곤충을 먹는 행위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냥도구나 농사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 곤충은 매우 중요한 먹이였다. 미국과 멕시코의 동굴에서 발견된 똥 화석에는 개미, 굼벵이, 쌀, 진드기, 응애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원전 2000∼2500년경의 중국 산시성 유적에서는 야생누에의 고치가 발견되었는데 누에고치에 큰 구멍이 나 있는 것으로 보아 번데기를 식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은 2010년부터 정부로부터 100만 유로를 지원받아 수프로2(SUPRO2)란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인 ‘인간소비를 위한 지속 가능한 곤충 단백질 생산’은 곤충을 그대로 먹기에 거북하다면 단백질 성분을 가공해서 식품이나 가축사료로 개발해 미래 식량 자원으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20년 뒤 인류는 무엇을 먹게 될까라는 고민 속에서 식품 미래학자들은 곤충을 꼽고 있다. 일부 학자에 의하면 곤충은 일반 육류에 비해 결코 영양가가 떨어지지 않는다. 다진 쇠고기 100g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27.4g인데 일반적인 곤충 애벌레 100g에는 28.2g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또한 사육비용이나 물 사용량, 탄소발자국이 적어 소, 돼지 등 일반적인 가축보다 장점이 많다. 먹이섭취 대비 단백질 생산량이 약 4대 1로 가축의 54대 1에 비해 단백질 생산 효율이 대단히 높다. 음식물 섭취 후 신체 구성물질로 전환되는 효율도 소의 경우 10%에 불과한 반면 누에는 19∼31%이며, 독일 바퀴벌레의 경우는 44%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곤충은 성장과 번식이 소보다 빠르다. 귀뚜라미와 소의 번식률을 감안해 보면 실질 사료 효율은 귀뚜라미가 소의 20배에 달한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어렸을 때 간식거리로 벼메뚜기, 방아깨비, 풀무치, 물방개 등을 아주 맛있게 구워 먹었다. 요즘 아이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먹을거리가 충분하지 못했던 1960∼70년대 대부분의 농촌 사람들은 곤충을 간식거리로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곤충을 식품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 나라는 중국, 태국 등 동남아시아권 국가와 멕시코 등 남미권 국가이다. 최근에는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도 새로운 식품 소재로 곤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갈색거저리 등 곤충의 식품화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곤충 중 식품 원료로 등록된 것은 메뚜기와 누에 2종뿐이다.

국내 곤충산업의 시장규모는 2009년 1570억원에서 2015년 3000억원으로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곤충이 식량 대체자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미래에는 시장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앞으로 현대 과학기술에 따른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곤충의 특수 영양성분을 추출하고, 기능을 검정하여 새로운 식품소재로 개발한다면 지금까지 생선, 가축 및 곡물류에 의존하고 있는 식량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재삼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