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배상면주가… 밀어내기 ‘甲의 횡포’ 유통업 전반 파문 확산
입력 2013-05-15 19:07 수정 2013-05-16 03:14
전통술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 대리점주가 지난 14일 자살 직전 남긴 유서에는 ‘남양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문구가 있다. 유통업계는 남양유업 욕설 녹취 파일에 이은 배상면주가 대리점주의 자살로 ‘밀어내기’ 파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15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이모(44)씨는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3년부터 대리점을 운영한 이씨는 신제품이 출시된 2010년부터 막걸리 판매를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이씨가 주류판매 불황, 재고 증가, 현금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통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는 “본사가 반품을 안 받아주기 때문에 목표량에 못 미친 금액은 고스란히 대리점의 빚”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도 ”배상면주가는 유통기간이 짧은 전통주이다 보니 대리점에 대한 ‘밀어내기’ 압박이 더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류업계의 유통시스템상 밀어내기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다른 주류업체 관계자는 “제조회사는 주류를 직접 판매할 수 없고 종합주류·전통주류 등 주류유통면허 종류에 따라 도매상이 소매점이나 식당에 공급한다”면서 “또 국세청에서 지정한 주류 카드로 선입금해야 물건을 받을 수 있어 밀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밀어내기 논란이 배상면주가로 인해 또다시 시끄러워지면서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가면서 이미 식품업계 전반이 위축된 상태”라며 “이번 일로 영업까지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유통업계의 밀어내기 퇴출을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우선 이씨 유가족은 시민단체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배상면주가를 대상으로 고소·고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도 중소상인과 자영업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오는 22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전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킬 계획이다. 부산지역 소상공인살리기협회도 16일 피해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통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대리점 회원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월 목표 매출액 강제와 상품 밀어내기, 판매장려금 차별, 판촉사원 인건비 떠넘기기 등을 해왔음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배상면주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유통상인연합회의 조사 대상은 오뚜기, 농심, 사조대림, 동원, CJ, 대상, 롯데, 샘표식품, 유한킴벌리 등 11개 업체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