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풍경-‘여신님이 보고 계셔’] 전쟁 속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입력 2013-05-15 19:00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창작뮤지컬 중 하나다. 전쟁의 손이 닿지 않은 무인도에서 만난 남과 북 군인들이 우정을 나눠간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한국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유쾌한 음악과 율동, 갈대가 우거진 환상적인 무대를 더했다. 올 1월 초연 당시 높은 완성도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이 앙코르 공연에 들어갔다.
배경은 이데올로기 대립과 민족상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던 한국전쟁. 무인도에 고립된 남북의 병사들은 유일하게 난파선을 고칠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북한 병사 류순호를 설득하기 위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 대작전을 펼친다. 여신님이 보고 있기 때문에 맛있는 것이 생기면 나눠 먹어야 하고, 예쁜 말만 사용해야 하며, 서로 아껴야 한다는 설정이다. 아군 대 적군으로 대립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런 설정은 아이러니한 웃음을 안긴다. 정치와 이념이라는 격변의 시대상을 뮤지컬 속 판타지로 녹여낸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극단 연우무대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뮤지컬이다. 8월 25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한승주 문화생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