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의 변신 ‘증권사 같은 통신사’
입력 2013-05-15 18:53
블룸버그 단말기(금융거래정보 단말기)로 유명한 세계 최대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블룸버그가 이젠 금융회사의 동지인지 적인지 모호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블룸버그가 최근 몇 년간 주식, 채권, 파생상품의 새로운 트레이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산운용사와 리서치센터 등 전통적인 월가 업체와 유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데이터를 받아보는 구독자인 금융업체의 경쟁업체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탭 그룹의 래리 탭 대표는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합쳐보면 블룸버그의 성격이 점점 증권 중개사(브로커리지)를 닮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가 아직 브로커리지 쪽에서 지배적인 힘을 갖고 있지 않고 구독자의 우려를 잠재우고자 신중한 자세를 보이지만 “일부 브로커들은 블룸버그가 적인지 동지인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지적했다.
월가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사업부는 트레이드북이라는 블룸버그 자회사로 이 회사는 고객을 대신해 거래하고 수수료를 받는 업무를 한다. 트레이드북은 1996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2010년 모건스탠리 출신 래리 티어니가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되면서 주식과 옵션 거래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블룸버그는 트레이딩 업무가 데이터 제공업무와 분리돼 있으며 (철저한 업무 분리로) 수년간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신문은 블룸버그가 핵심 사업인 터미널 판매가 둔화하자 사업 확장을 모색하게 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2014년까지 연매출 100억 달러 달성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매출은 80억 달러에 그쳤다.
한편 블룸버그통신 기자들이 자사가 운영하는 블룸버그 단말기 이용 명세에 몰래 접근해 기사를 작성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각국 중앙은행들도 블룸버그가 금융거래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그들의 개인정보에 무단 접근했는지 확인 중이다. 한국은행,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블룸버그가 그들의 기밀 정보를 열람했는지 블룸버그 측에 문의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