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목사·앵커까지 세무조사” 또 폭로… 기죽은 오바마 물만난 공화당
입력 2013-05-15 18:52
‘민간인 사찰’ 의혹을 연상케 하는 폭로가 미국에서 연일 그치지 않고 있다. 미 국세청(IRS)이 티파티 등 보수 정치단체를 표적 세무조사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지 나흘 만인 14일(현지시간) 정치와 거리가 먼 일반인들까지 밀착 감시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인트루이스의 지역방송국 앵커 래리 코너스는 지난해 4월 이후 국세청이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왔다고 폭로했다. 4월은 그가 진행하는 방송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출연했던 시기다. 이때 코너스는 경제 및 재정 상황과 관련해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코너스는 이런 정황을 페이스북에 적고 “인터뷰 이후 아내와 친구들이 IRS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난 음모론을 받아들이진 않았다. 그러나 이후부터 IRS는 날 망치질(hammering)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침례교 지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까지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이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IRS는 ‘빌리그레이엄전도협회’와 가족들이 운영하는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을 세무조사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이 존경하는 인물 순위 상위권에 오르내리는 그레이엄 목사는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밋 롬니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밖에도 지난 대선에서 롬니를 지지한 유대계 단체들이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폭스뉴스는 공화당 소속 다렐 이사, 짐 조던 하원의원을 인용해 표적 세무조사를 당한 정치단체가 기존에 알려진 300여곳이 아니라 471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대선 이후 내내 가라앉은 분위기였던 공화당은 물 만난 듯 공격에 나섰다. 미치 매코넬 상원의원은 “IRS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누가 알고 있었는지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며 “얼마나 높은 사람인지 현직인지 전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국세청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번 파문이 ‘워터게이트보다 더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모르는 일’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14일에도 파문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제이컵 류 재무장관에게 이번 사태에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을 문책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해리 레이드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국세청은 과거엔 좌파에 대해 그런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세무조사 건 외에도 AP통신에 대한 전화기록 사찰과 리비아 벵가지 테러 사건에 대한 중앙정보국(CIA) 보고서 조작 의혹 스캔들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집권 2기의 저주’라는 말이 나온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