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은 힘 주고 금감원장은 힘 빼고… 금융당국 두 수장의 ‘엇갈린 행보’

입력 2013-05-15 18:40


금융회사들의 시부모 같은 양대 금융당국 수장이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시어머니’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에 한결 호의적인 입장을 드러낸 반면 금융정책을 조율하는 ‘시아버지’ 금융위원장은 위상을 강화하고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장의 권한 강화가 두 기관 간 갈등의 불씨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마련한 금융위 운영규칙 개정안에서 은행·보험·카드 등 전 금융권에 대한 금융위원장의 관리·감독·승인권을 확대해 이달 말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금융위는 국무총리실 소속 합의기구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여느 장관과 달리 직접 의사결정 권한을 갖기보다 기획재정부 차관,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주재하고 사무를 총괄한다. 원칙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은 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 운영규칙 개정으로 금융위원장은 위원회로부터 몇 가지 권한을 넘겨받게 된다. 우선 금융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관리인의 대리인 선임 허가권, 투자자문업의 합병 인가권을 갖는다. 저축은행 등 부실 금융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언권이 강화되는 것이다.

또 여신전문금융협회 정관 변경 허가, 상호저축은행이나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과징금 부과 관련 행정절차(징수·체납 처분, 납부기한 연장·분할납부 등)도 위원장이 결정한다. 소형 보험대리점 등의 임원에 대한 제재 권한도 금융위원장에게 위임된다.

이처럼 금융위의 위상이 커진 것과 달리 금감원은 스스로 낮은 자세를 보였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금융투자회사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사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금감원 임직원에게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갑’의 위치가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낮은 자세로 업무 수행에 임해야 한다고 특별히 지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업계의 준비 필요성 등을 고려해 올 하반기 검사 계획을 축소할 예정이다. 검사 결과는 원칙적으로 150일 안에 마무리해 금융사의 업무 지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내부 통제와 건전성이 우수한 회사에 대해서는 종합검사를 1회 면제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또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를 개선해 금융투자사의 자본 활용 효율성을 높이고 해외 진출도 지원키로 했다.

최 원장은 이날 대부금융협회의 소비자보호위원회 발족식에도 참석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대부협회의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사의 순기능을 살리는 쪽으로 시각을 전환한 듯하다”면서 “다만 금융위원장의 권한 강화로 금감원 위상이 약화되면 두 기관이 또다시 신경전을 벌여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