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100조 육박… 1년새 50조 늘어

입력 2013-05-15 18:41 수정 2013-05-15 22:37


넓은 의미로 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가까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온 국민이 1년간 벌어들인 돈을 전부 동원해야 겨우 갚을 수 있는 부채 규모다. 양적 팽창도 문제지만 부채의 질이 나빠진 것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은행의 금융자산부채잔액표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089조77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말(1039조1561억원)보다 4.9%, 2010년 말(952조3225억원)보다 14.4% 증가한 수치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2008년 말 807조원 수준이었지만 해마다 5∼9%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수치는 통상 가계부채의 지표로 쓰이는 가계신용에 노동조합·시민단체·종교단체 등 민간 비영리단체의 부채를 합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공식적인 가계부채와 증감 방향성이 같은 포괄적인 통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272조4595억원임을 고려하면 넓은 의미의 가계빚이 전 국민의 1년 소득에 육박하는 셈이다.

가계부채는 질적으로도 악화되고 있다. 주택경기 부진으로 소득은 제자리걸음에 그치며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78%로 지난해 말보다 0.09% 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72%로 지난해 말보다 0.07% 포인트 높아졌다. 개인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은 136%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우스푸어는 가계부채 문제의 고위험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80%를 초과한 대출은 3조2000억원으로 2011년 9월 말(2조9000억원)보다 3000억원 늘어난 상태다.

금융당국은 집을 팔아도 원리금과 전세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깡통 주택’이 전국 4만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각종 소액 저금리 대출 확대로 가계부채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권에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GDP 성장률과 물가 수준을 고려해 4% 이내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 10%대 수준인 은행권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연말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