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붉은 전사의 길, 늘 희구했던 숙명”

입력 2013-05-15 18:28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외치는 두 ‘올드보이’가 있다. 바로 ‘진공청소기’ 김남일(36·인천 유나이티드)과 이동국(34·전북 현대)이 그들이다. 둘은 K리그 클래식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으며 나란히 대표팀에도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녹슬지 않은 ‘진공청소기’=김남일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14일 발표한 11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지난 12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제주의 경기에서 김남일은 미드필더로서 탁월한 경기조율 능력을 뽐냈다. 경기는 0대 0 무승부로 끝났지만 중원 사령관 김남일 덕분에 인천은 일방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일본(비셀 고베)과 러시아(톰 톰스크) 생활을 마치고 지난 시즌 K리그로 컴백한 김남일은 별명인 ‘진공청소기’처럼 강한 압박수비와 폭넓은 활동으로 상대의 공격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상대 진영 빈 공간에 찔러주는 패스도 여전히 날카롭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남일은 16일 오후에 발표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6차전(6월5일 레바논 원정)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김남일은 2006 독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A매치 97경기에 나서 2골을 기록하고 있는 김남일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에 단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김남일이 태극마크를 달고 뛴 마지막 경기는 2010년 6월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나이지리아전이다. 당시 김남일은 2-1로 앞서던 상황에서 후반 19분 교체 투입된 뒤 5분 만에 상대 선수에게 공을 뺏기고 무리한 백태클로 페널티킥을 허용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만약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다면 당시 치욕을 만회할 기회를 잡는 것이다.

◇지칠 줄 모르는 ‘라이언 킹’=이동국은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공격 포인트 200개를 달성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1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과 전남의 경기에서 후반 31분 전북 서상민의 득점을 이동국이 어시스트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당시 서상민의 골은 단독 득점으로 기록됐지만 차후 경기 영상 분석을 통해 이동국의 도움에 의한 득점으로 기록이 수정되면서 이동국의 대기록 달성이 완성됐다. 이로써 이동국은 개인 통산 145골에 도움 55개를 기록해 공격 포인트(득점과 도움) 200개를 채웠다. 이동국은 329경기 만에 공격 포인트 200개를 달성해 경기당 공격 포인트 0.61개를 기록했다. 이 부문 2위는 김은중(강원)으로 119골과 도움 54개를 더해 공격 포인트 173개를 기록 중이다. 이동국은 2009년 득점왕(22골)에 올랐고, 2011년에는 도움왕(15개)을 차지하는 등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 왔다. K리그에서 득점과 도움 부문 1위를 모두 차지한 선수는 이동국을 비롯해 피아퐁, 최상국, 윤상철, 에드밀손 등 5명뿐이다. ‘최강희호’에 다시 승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동국은 이번 시즌 4골, 2도움을 기록해 득점 9위, 도움 26위에 올라 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