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엔젤투자 끌어들여 건강한 벤처 토양 만든다

입력 2013-05-15 18:28 수정 2013-05-15 22:24


정부가 15일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은 기업이 자금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벤처기업이 혁신적인 기술로 창업을 해도 투자 지원을 받지 못해 실패했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3조2100억원의 정책자금을 벤처 분야에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엔젤투자 끌어들여 튼튼한 벤처 생태계 구축=‘창업-성장-회수-재투자’라는 벤처 생태계가 튼튼하게 자리 잡으려면 창업 초기단계에서 민간투자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벤처 성공 1세대들의 ‘엔젤투자’(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자본 투자)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투자금액 5000만원까지의 엔젤투자 소득공제 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연간 종합소득에서 엔젤투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도 현행 40%에서 50%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벤처기업에 연간 5000만원을 투자하면 지금보다 소득세를 380만원 더 절약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엔젤투자는 급감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엔젤투자 금액은 296억원으로 2003년(3031억원)에 비해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벤처기업이 성공해도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새로 시작하는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융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은 “벤처 1세대가 투자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창업 초기 기업들은 융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성공을 맛본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재투자하고 후배들에게 멘토링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성공한 벤처기업이 후배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면 지원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후배육성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만들 계획이다.

◇M&A 시장 살리기 총력=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중점을 둔 또 하나는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벤처 초기 투자자금이 원활하게 회수돼 다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기술혁신형 M&A다. 기술 획득을 목적으로 한 M&A에는 직접개발 형식의 연구개발(R&D)과 동등하게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벤처기업 또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5% 이상 중소기업을 기준가의 150% 이상 금액으로 인수할 경우 세금을 대폭 감면해줄 방침이다. 매수한 기업은 거래액 중 기술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받는다. 매도한 기업의 주주는 원칙적으로 증여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대기업이 기술 획득을 위해 M&A를 할 경우 3년간은 인수한 기업을 계열사에 편입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M&A 세제혜택과 함께 대규모 펀드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2조원 규모의 ‘성장사다리 펀드’를 조성해 M&A, 지식재산권 보호 등 기업의 성장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M&A를 늘리기 위해 보증도 신설한다. 기술·산업 융·복합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000억원의 보증을 제공한다. 정부는 중소기업 간 M&A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차입금에 대한 보증도 1000억원 규모로 추진할 방침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