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입양아 출신 美 항공우주硏 스티브 모리슨 “특례법 때문에 입양 포기 걱정”

입력 2013-05-15 18:26


미국 항공우주연구소(The Aerospace Corporation) 수석연구원인 한국계 입양인 스티브 모리슨(한국명 최석춘·57)씨는 지난 10일 서울에 오자마자 자신의 블로그에 올라 있는 미국인들의 글을 서툰 한국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버려진 아이를 입양하려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부모들의 사연이었다.

입양의 날(5월 11일)을 맞아 이런 어려움을 전하러 한국에 온 그를 15일 경기도 과천의 한국입양홍보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모리슨씨는 “판사에 따라 입양절차와 소요기간이 제각각이어서 미국 부모들 사이에 불공평하다(unfair)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에게는 해외든 국내든 가정이 우선이다. 어떤 보육시설도 가정보다 좋은 울타리가 돼줄 순 없다. 법 때문에 입양을 포기하는 이들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956년 강원도 묵호항에서 태어난 모리슨씨는 다섯 살 때 아버지가 거리에서 동사(凍死)하고 어머니는 가출해 동생을 업고 구걸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거리생활 중 발을 다쳐 다리를 절뚝거린다. 14세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입양인이면서 동시에 입양부모다. 결혼해 딸 셋을 두고도 아들 둘을 입양했고, 덕분에 16세 동갑내기 자녀가 셋이다. 그는 “법원 허가를 받도록 바뀐 한국 입양법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상담이 블로그에 많이 올라온다. 입양 전담 판사도 없다는데 올해 700여명 해외입양 쿼터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미국 부모는 그의 블로그에 이런 글도 올렸다. “9개월 된 아이를 본 순간부터 반했다. 내 딸이라고 확신했다. 2년 전부터 입양수속을 밟았고 아이가 어색해하지 않게 지난해 한국에도 갔었다. 계획대로 올 초 아이를 데려올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법이 바뀌어 아이는 아직 오지 못했다. 지난달 아이가 보고 싶어 한국에 가려 했지만 법원 허가 절차를 위해 방문하려면 휴가와 돈을 아껴둬야 해서 못 갔다.”

모리슨씨는 “미국 부모들이 법원 허가를 받으려면 갑자기 6주가 넘는 휴가를 내 한국에 와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한다”며 “법 시행 이전에 신청했던 경우에 한해서라도 예외 규정을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늘 한국 입양 홍보를 위해 뭘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 공로로 입양제한 나이(45세)를 넘겼던 2011년에 벤저민(당시 13세)을 입양하는 ‘특혜’를 받았다”며 웃었다.

처음 5개월간 벤저민은 “유명한 아빠라면서 집도 작고 벤츠 차 하나 없느냐. 다른 집에 보내 달라”고 투정을 부렸다고 한다. 모리슨씨 부부는 매일 아들을 안고 울며 기도했고 벤저민은 점점 자신의 운명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9학년에 입학한 아들이 성적표를 가져왔는데 ‘올 A’를 받았다”며 자랑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들 바보’ 한국 아빠들을 닮았다.

글=김유나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