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거물 로엡 “日 소니 쪼개라”

입력 2013-05-15 18:19

엔화약세로 모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던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엔저 덕에 5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며 부활을 꿈꾸던 소니가 헤지펀드의 압력으로 기업해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소니에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업계의 ‘큰손’ 다니엘 로엡이 소니의 핵심사업인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분사 등 일부 사업영역의 처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설립자로 소니의 지분 6.5%를 보유한 로엡은 14일 히라이 카즈오 소니 사장에 서한을 보내 “일본 경제는 옛 영광을 찾을 수 있다”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지분의 15∼20%를 주주들에게 우선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분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보험 등 다른 영역의 분리매각도 권고하면서 “2000억엔(약 19억7000만 달러)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소니는 완강한 입장이다. 소니 측은 성명에서 “분사 계획이 없다”며 “성장 전략을 추진하면서 주주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소니의 최대주주 로엡이 분리안을 들고 나온 이상 경영진의 방어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WSJ는 “아베노믹스로 인해 배타적인 일본 기업 분위기에도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면서 향후 진행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라고 전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