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노믹스 6개월… 성적은 ‘글쎄…’

입력 2013-05-15 18:19


대대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앞세운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아베노믹스’가 가동되기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화려한 성적표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에 주목하는 분석이 꿈틀대고 있다. 보통 아베노믹스의 시작은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국회 해산을 선언한 지난해 11월 14일을 기준으로 한다.

20년 넘는 고질적인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막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노믹스의 출발 이후 6개월 동안 엔화의 가치는 22%가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70%가량 치솟았다. 일본 기업들의 수익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체질적으로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아베노믹스가 급속한 엔화 평가절하 외에 내수부양이나 물가상승 등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주식 급등과 달리 임금이나 물가, 생산 등 다른 모든 지표들은 지난 6개월간 제로 성장이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기업의 수익 증가를 예상하는 전망들은 일본 경제가 과대 광고에 걸맞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주식시장의 순매매 규모도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일본인들은 자국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갈수록 폭도 커진다.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산인 현금을 가지고 일본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일본 기업과 개인들은 67조엔 이상의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일본인들이 국내에 자산을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저가 일본 경제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수출업체들이 엔저를 이용해 수출 단가를 낮춰 수출 물량을 늘리기보다 환율 차이를 이용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UBS의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반은 “아베노믹스는 결국 해외의 일본 기업 투자자들의 배를 불릴 수는 있겠지만 일본 경제의 성장과 당초 목표인 인플레이션 유인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아베노믹스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면서 “경기 진작의 효과는 대체로 뉴욕과 런던에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고객들, 켄터키에 지어질 일본 공장의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