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충돌 우려

입력 2013-05-15 18:20

한국전력공사가 주민 반대로 중단된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를 늦어도 다음 주 안으로 재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어 한전과 주민 사이 충돌이 우려된다.

한전 관계자는 15일 “(송전탑 공사는) 지금 시작해도 늦는다. 다음 주 안으로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지난해 9월 24일 이후 8개월 동안 중단됐다.

◇한전 “재개 안 하면 영남 겨울 전력난”=한전이 공사 재개 방침을 정한 이유는 전력난 우려 때문이다. 더 미루면 올겨울 송전 업무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은 한전의 765㎸(76만5000볼트) 신고리∼북경남 고압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일부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에 이르는 90.5㎞ 구간에 철탑 161기를 세우는 사업이다. 한전은 오는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신고리 원전 3호기의 전기를 이 선로를 통해 영남 지역에 공급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90.5㎞ 선로는 5개 시·군을 통과하는데 밀양을 제외한 나머지 울주군 기장군 양산시 창녕군에서는 송전탑 공사가 완료됐다. 전체 161기 송전탑 가운데 74%인 109기가 지어진 상태다. 남은 송전탑을 짓는 데는 최소 8개월이 필요하다. 한전은 곧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의 시급성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20일 전후를 공사 착수 시점으로 보고 있다.

◇쟁점은=주민들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며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왔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의 경고를 근거로 든다. 또 높이가 120m인 송전탑이 주는 심리적 위해가 크다고 주장한다. 보상은 원하지 않고 송전선을 땅속으로 묻는 지중화를 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한전은 송전선로 전자계의 노출로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은 밝혀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중화에 관해선 2조원 이상의 재원과 10년 이상의 건설기간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사가 재개되면 한전과 주민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공사 재개 방침이 알려지자 현지 주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공사 예정지 출입구에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쇠사슬을 재확인하는 주민의 모습도 포착됐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