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중의 甲’ 공룡기업의 불공정행위에 칼 뺐다
입력 2013-05-15 18:18 수정 2013-05-15 22:37
공정거래위원회가 업계에서 절대적 ‘갑’인 1위 업체의 불공정행위 감시에 불을 켰다. 이달 들어 편의점업계 1위인 CU를 비롯해 NHN과 제일기획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1위 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조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1위 업체 정조준=공정위는 지난 9일 카네이션 등 행사성 상품 ‘밀어내기’ 의혹과 관련해 CU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본사와 편의점주 간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시정한 데 이어 물품 공급상 ‘갑(甲)의 횡포’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이어 13일부터 포털업계 1위 NHN에 대해 시장지배적지위남용 혐의를 잡고 현장조사를 실시 중이고, 14일에는 광고업계 1위 제일기획의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와 관련한 조사에 나섰다. 이 밖에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삥처리’ 등 대리점주에게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올 들어 1위 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도 줄을 잇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4일에는 제빵업계 1위인 파리크라상에 대해 가맹점주에게 인테리어 공사비를 떠넘긴 혐의로 5억7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2월에는 전통주 시장 1위인 국순당에 대해 매출 감소 책임을 도매점에 떠넘긴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1억원을, 3월에는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에 변액보험 담합에 따른 과징금 73억92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는 15일 ‘가격비교사이트 제공정보 신뢰도 점검’ 결과자료를 통해 네이버의 낮은 신뢰성 문제를 강조했다. 공정위는 34.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네어버 지식쇼핑이 가격정보 일치율이 가장 낮은 하위 2개사에 포함됐으며, 낚시성 광고 비율도 비교 대상 7개 업체 중 2위라고 지적했다.
◇‘갑 중의 갑’이 불공정행위 주도 의혹=공정위가 1위 업체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이들 기업이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시장에서 모범을 보이기보다는 앞장서서 불공정행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등 지금까지 드러난 불공정행위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1위 업체가 주도하고 나머지 업체가 따라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변액보험 담합 사건에서 중·소형 보험사들은 “삼성이 기준을 정하면 거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담합을 주도한 삼성생명은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리니언시(자진신고제도)를 이용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다.
공정위는 ‘갑 중의 갑’인 1위 업체를 압박하는 것이 해당 시장에서 불공정행위를 근절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갑의 횡포가 사회문제화되면서 1위 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고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공정위의 조사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