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때 생이별 후 北거주 아들, 50년 만에 편지 “소중한 어머니께 감사”

입력 2013-05-15 18:11

“행복, 기대, 즐거움, 고생, 고통···. 자녀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신 가장 소중한 어머니께.”

일본 가나자와시의 데라고시 도모에(82)씨는 지난달 북한 방문 당시 이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편지를 받았다. 철자가 군데군데 틀린 편지의 작성자는 아들 데라고시 다케시(63)씨. ‘김영호’라는 이름으로 50년째 북한에 거주중인 데라고시씨는 “언제나 부모님과 형제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편지 두 통에는 타지에서 반세기를 살아온 복잡한 심경과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교도통신이 공개한 편지의 주인공은 1963년 동해로 고기잡이를 나가는 숙부 2명을 따라나섰다가 행방불명됐다. 실종자로 처리됐던 그가 북한에 살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87년.

어머니 도모에씨는 아들의 생존을 알게 된 이후 수시로 북한을 방문했고, 방북비용과 아들에게 보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여든을 넘긴 노모는 “(아들을) 13세까지밖에 키우지 못했다고 생각해 그 빚을 갚기 위해 몇 번이고 북한을 찾았다”며 “고통과 고생으로 저를 63년간 키워준 어머니”라는 편지의 대목을 반복해서 읽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도모에씨는 북·일 자유왕래를 일본 정부에 줄곧 요구해 왔다. 영구귀국을 위해 납치피해자 인정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 남은 아들의 처지와 연락수단마저 끊기는 것을 걱정해 지금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02년 한 차례 일본을 방문할 수 있었던 아들도 일본 내 납북 주장에 대해 “당시 조난을 당한 상태에서 북한 배가 구조해줬다”고만 설명했다.

한편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의 갑작스런 방북이 정체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아베 신조 정권의 무리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15일 이지마 참여의 방북에 대해 “정부는 노코멘트”라고만 언급했다. 앞서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관방장관과 납치문제담당상이 이지마와 논의하고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묘한 시점에 일본 인사를 받아들인 것을 놓고 “주변국들 간 대북 공조를 교란하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