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축… ‘제2 붐’ 이끈다
입력 2013-05-15 18:07 수정 2013-05-15 22:25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새 정부의 첫 작품이 나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창조경제의 주역인 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해 재정·세제·금융·공정거래·규제 개선을 망라한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방안’을 발표했다. ‘제2의 벤처 붐’을 일으켜 벤처 생태계를 실리콘밸리에 버금가게 만들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현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종합 대책을 통해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으로 이어지는 벤처 생태계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벤처업계가 활력을 잃은 것은 벤처 투자 자금이 선순환되지 못하고 꽉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벤처 자금조달을 융자에서 투자 위주로 바꾸고, 투자 시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모두 3조2100억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 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인수·합병(M&A)에 따른 규제를 완화해 벤처 기업의 규모 확대도 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향후 5년간 벤처생태계로 유입되는 자금이 4조3000억원 증가한 10조6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와 함께 새 정부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인 경제민주화의 뒷받침 없이는 이번 대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 생태계는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생태계에 포함돼 있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벤처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먹이사슬’ 상 대기업의 하청업체를 벗어나기 힘든 만큼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이번 대책에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최고등급(60점→100점)으로 상향하는 정책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2011년 7월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제가 도입되는 등 처벌규정이 강화됐지만 이후 지금까지 기술유용행위로 처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 협약서 체결 이전에 기술유용행위가 이뤄지면 처벌이 불가능한 점을 대기업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벤처가 성장을 해도 대기업 하청으로 들어가는 현실에서 대기업은 성과공유제란 허울로 벤처의 성과물을 탈취해가고 있다”며 “상생의 경제생태계 구조를 만드는 경제민주화 정책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