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망언’ 하시모토 만나러 간다

입력 2013-05-15 18:08 수정 2013-05-15 22:32


아흔을 앞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최근 잇따르는 일본 정치인의 망언을 규탄하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가 일본 7개 도시를 돌며 증언집회를 갖는다. 할머니들은 “당시 위안부가 필요했다”고 망언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도 만날 계획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8), 길원옥(86) 할머니가 18일부터 열흘간 일본 오키나와, 오사카, 도쿄 등 7개 도시에서 순회증언 집회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순회집회는 일본 각 지역의 위안부 문제해결 네트워크와 대학, 교사 등의 시민단체가 함께 기획해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들은 일본 정치인들을 직접 만나 사과를 촉구하기로 했다. 특히 27일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겸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와 면담이 예정돼 있다. 그는 지난 13일 오사카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강제동원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군의 규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발언,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당시 그는 “(내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오사카 위안부 문제해결 네트워크는 그에게 할머니들과의 면담을 요청, 만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할머니는 “하시모토 시장과 만남이 성사되면 그동안의 망언들을 모두 철회하고 사죄하라고 하겠다”며 “증거가 없다고 했던 말에 대해 ‘내가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의 망언을 듣고 너무 억울해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비행기에 오른다”며 “일본 방방곡곡에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순회집회는 기자회견과 강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19일엔 김 할머니가 1만명가량 참가할 예정인 오키나와 현민대회에서 위안부 문제와 전쟁기지 반대 발언을 한다. 25∼26일 오사카·나라에서 열리는 집회는 ‘몇 번이라도 말한다. 역사의 진실은 이것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일본군 문서 발굴을 통해 위안부의 역사를 알리고 있는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中央)대 교수가 강연할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