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더 늦기 전에 털고 가야”… 비자금 수사로 확대 가능성

입력 2013-05-15 18:07 수정 2013-05-15 22:35

4대강 사업 수사는 ‘채동욱 검찰’의 숙제였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건설사 담합 행위가 일부 드러났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3월 첫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의 철저한 점검을 주문한 터라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칼을 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본격 수사를 미뤄오던 검찰이 15일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인 데는 현 정부 초기에 4대강 사업 의혹을 털고 가자는 의중도 깔려 있는 듯하다.

◇비자금 수사로까지 번질까=이번 압수수색의 1차 목표는 건설사 입찰담합 규명에 필요한 증거물 확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고발된 입찰담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실시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형법 315조(입찰방해)와 건설산업기본법 95조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자가 서로 공모해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입찰한 경우’ 등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앞서 공정위 조사에서는 2009년 1차 사업 때 19개 건설사가 전체 공사금액을 시공능력 기준으로 배분키로 합의하고 15개 공구 중 14개에서 담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수색 대상에 수자원 분야 설계용역회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은 낙찰자 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한 설계 단계부터 담합이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일단 입찰담합 수사에 주력할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건설사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뇌물 공여, 임직원들의 횡령 의혹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기업 자금흐름 관련 자료 확보에도 비중을 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자금 조성 의심 거래 내역이나 이중장부 등이 발견됐을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도 “구체적인 단서가 나오면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부 대신 특수부가 수사=4대강 사업 담합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것은 11개월 전이었다. 처음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지난해 7월 공정위를 압수수색했지만 이후 가시적 움직임은 없었다. 그런데 돌연 특수1부로 수사 주체가 바뀌어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이다. 특수1부는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사실상 특수수사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채 총장 취임 이후 특수부가 나선 첫 대형 사건이기도 하다. 검찰은 “사건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특수부에서 집중 수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을 ‘D데이’로 잡은 데 대해 한 검찰 간부는 “이 사건은 사실 녹슨 것 아니냐”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털고 가야 할 문제였다. 앞으로 2개월 정도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4대강 수사를 정리하고 넘어가려는 검찰 수뇌부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