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학폭 없는 학교 위해 선생님이 늘 함께 있을게”
입력 2013-05-15 17:49 수정 2013-05-15 21:44
“학교에 ‘폭력’과 ‘왕따’가 있어선 절대 안 됩니다. 이것은 또 다른 비겁한 행동입니다”(김소진·창신초 교사·서울 꿈꾸는교회).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서로 공부로 경쟁하는 것을 배우기 전에 함께 어울리며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게 더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치겠습니다”(정동혁·유한공고 교사·구리 나눔의교회).
기독 교사들이 ‘왕따’ 등 학교폭력을 당한 아이들을 향한 죄책감에 무릎을 꿇었다.
기독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김진우·임종화)은 14일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와 광화문광장에서 ‘학교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2013 스승의 날 교사기도회’를 열고 교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회개했다. 이날 오후 6시30분 시작된 기도회는 메시지 선포와 사랑이 충만한 교사가 되겠다는 합심기도에 이어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실천선언문’을 낭독할 때 절정에 달했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있겠습니다’라는 선언문에서 “폭력이 가장 빈발하는 쉬는 시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상담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또 “학교문화를 바꾸도록 노력하겠다”며 “아이들의 인권과 평화로운 관계를 중심에 놓고 교육과정과 교무행정, 학교 규칙과 교직 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사들은 ‘주여 이 땅을 회복시키소서’라는 제목의 공동기도문을 내고 “꽃피우지도 못한 채 학교 폭력으로 죽어간 아이들을 위해 옷을 찢으며 간절히 기도하지 않았던 우리의 허물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또 “학교폭력으로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이 먼저 우리 선생님들을 찾게 하시고, 아이들 곁에 있는 것을 교사의 첫 번째 사명으로 알고 실천하는 교사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게 하소서”라고 간구했다.
메시지를 전한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 목사는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쉼과 안식처를 제공하는 교사들이 돼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성경이 가르치는 정의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 등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관심 갖는 것”이라며 “예수님이 아흔아홉 마리 양을 놔두고 한 마리 잃은 양을 찾으러 가신 것처럼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선한 교사들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하나 둘씩 촛불이 켜졌다. 100여 교사들의 찬양과 기도는 밤이 깊어가도 멈출 줄 몰랐다. 학교폭력 피해자 학부모들이 단상에 올라 울먹이며 아픔과 고통을 이야기할 때는 함께 울먹이는 교사들이 많았다. 교사들은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와 가족에 대한 용서와 참회, 앞으로의 다짐 등을 담은 편지를 써서 광화문광장 중앙에 마련된 빨간 우체통에 넣었다.
임종화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기독 교사들이 나서서 학교교육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과 사명감으로 오늘 기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